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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08일(月)
‘외로운 이 나그네길’… 인생은 짧았으나 노래·이야기는 길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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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김현식이 부른 ‘이별의 종착역’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월하의 공동묘지’(1967)였던 적도 있는데 나이 좀 들고 나서부터는 묘역이 ‘명상의 길’로 바뀌었다. 묘비에 글귀라도 적혀 있으면 자연스레 가던 길을 멈추게 된다. ‘괜히 왔다 간다.’ 이게 묘지순례를 후회하는 말처럼 들린다면 오해다. 스스로 걸레라고 칭한 승려이자 화가인 중광(1934∼2002) 스님 묘비에 실제로 적혀 있는 문장이다.

음악동네의 올드팬들에겐 11월이 추모의 달이다.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1962∼1987), ‘내 사랑 내 곁에’의 김현식(1958∼1990)의 기일이 11월 1일이다.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을 부른 배호(1942∼1971)가 7일,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차중락(1942∼1968)이 10일, ‘하얀 나비’의 가수 김정호(1952∼1985)는 27일에 세상을 떠났다. 누린 인생은 짧았으나 남긴 노래와 이야기는 비석의 글자보다 선연하다.

인생은 무엇인가. 이제하의 소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읽지 않았어도 인생을 나그네 길에 비유한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1965)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보다 5년 전에 발표된 노래에도 나그네가 등장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제목은 ‘이별의 종착역’(1960)이다. 원곡가수는 한국의 짐 리브스로 불린 손시향이다. 본명은 용호인데 예명을 시(詩)와 고향으로 채운 걸로 보아 낭만가객임이 분명하다. 친구가 스타가 된 걸 보고 자극받아서 영화계에 진출한 고교동창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강신영(강신성일의 본명)이다.

음악동네에는 별의 순간도 있고 이별의 순간도 있다. 우주를 품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눈을 살며시 감으면 된다. ‘가면 어딜 가니/ 좁은 이 마음속에/ 언제나 별빛처럼 너는 반짝일 텐데’(최성원 ‘이별이란 없는 거야’ 중) 그러나 많은 사람은 영원히 눈을 감을 때가 돼서야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직시하게 된다. ‘바보 같은 꿈꾸며/ 이룰 수 없는 저 꿈의 나라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이문세 ‘깊은 밤을 날아서’ 중)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인생이 뭐냐 비워놓고 괄호 속을 채우라면 난감하다. ‘인생은 미완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된 노래 4분 안에는 문학, 음악, 미술이 망라돼 있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를 실감하게 만든다. 1.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2.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3.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4.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당신의 마음’(원곡 방주연 1973)과 ‘인생은 미완성’(원곡 이진관 1985)으로 두 번이나 한국가요대상을 받은 작사가 김지평은 전직이 교도관이었다.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의 상담을 맡으면서 인간과 인생을 다시 보게 됐고 그 지혜와 영감이 나중에 시적인 가사로 재탄생했다.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당신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아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김현식의 묘비엔 ‘비처럼 음악처럼’(1986)에서 따온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합니다’가 적혀 있다. ‘내 사랑 내 곁에’가 수록된 김현식의 마지막 앨범(1990)의 마지막 트랙이 ‘이별의 종착역’이다. 그러나 누가 함부로 마지막이라 말하는가. 세상에 비와 음악이 멈추지 않는 한 그곳은 이별의 종착역이 아니다.

작가
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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