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젊은 유권자들이 중시하는 이슈가 ‘정치 판도’ 주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티브 강(왼쪽) 미국 한인민주당협회 회장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티브 강 제공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③ 우리 정치에 좌우는 없다… 美·獨 한국계 30代 정치인 인터뷰

- 스티브 강 美한인민주당협회장

소셜미디어로 정치 참여 활발
美 학자금 대출 등 교육비 이슈
일자리 창출·임금 차별 논란도

韓처럼 ‘공정’에 사회적 공감대
청년들 현실 안주보다 도전하길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들이 미국 정치의 판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젊은층이 국가의 미래인 만큼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회 부회장이자 한인민주당협회(Korean American Democratic Committee·KADC) 회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강(35) 씨는 지난 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정치는 나이 많은 사람들만의 일’이라는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씨는 특히 “미국에서는 청년층이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 정치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이슈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강 씨는 “현재 미국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학자금 대출 무효화와 공립대학들의 무상교육 등 교육비에 대한 이슈들”이라면서 “일자리 창출과 청년들의 취업난, 인종 및 성별 간 임금 차별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도시의 경우 주택 구매 비용이 급등하면서 청년들이 주거지를 교외로 옮기거나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등 주택 문제도 심각해 청년층의 현실 정치에서의 변화 요구도 거세다고 전했다.

개인 삶의 문제뿐 아니라 공동체 문제 해결에도 청년층이 앞장서고 있다. LA에서는 특히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데, 그는 “SNS에서 노숙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면서 자원봉사자와 시위 참여자를 조직하고, 정치인 사무실에 찾아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등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씨는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미국에서 크게 확산했던 아시안 증오 범죄 문제와 관련, LA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시안 증오 범죄 규탄 시위를 주도한 경험도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아시아계 젊은이들이 아시안 노인들을 위해 호루라기 같은 범죄예방 장비들을 나눠주고 집까지 데려다주는 에스코트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또 미국 사회도 한국처럼 ‘공정’ 이슈가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 스타 등 부유층 자녀들의 대학 부정 입학 사건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며 “일부 대학은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를 전면 폐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사회와 달리 심각한 인종 문제와 관련해 젊은층이 소수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차별과 불공정한 대우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런 미국 젊은층의 다양한 정치 활동에 힘입어 자신과 같은 청년 정치인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연방하원에서 만 25, 29세 의원들이 당선됐고 상원에서도 지난 대선 때 만 34세 의원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연륜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게 강 씨의 소신이다. 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도 많이 젊어지고 있다”며 “경험과 연륜이 많은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정치적으로 협력하면 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강 씨는 “미국 청년들 또한 이념으로 갈리는 기존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미국 정치 판도는 극진보, 극보수 성향으로 나뉘어 민주당 대 공화당의 대결이 극심하다”면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실현하려면 본인에게 가장 맞는 정당을 선택해 그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유년 시절 내내 “LA에는 왜 한인 정치인들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강 씨는 “다른 아시안을 비롯한 타 인종 커뮤니티의 경우 큰 이슈가 생길 때마다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서 한인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학사를, 런던정경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LA로 돌아와 여러 정치 모임에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대의원, 캘리포니아주 민주당협회 아시안·태평양 코커스 임원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한인 지지모임인 ‘바이든을 위한 한인’ 공동의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LA 한인회 부회장으로는 벌써 4년째 활동 중이다.

강 씨는 또래의 한국 청년들에게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위험 요인이 있어도 적극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청년층을 위한 더 큰 변화와 실제적인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충남(사회부)·임정환(국제부)·김유진(정치부)·민정혜(전국부)·이정민(산업부)·전세원(사회부) 기자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