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내고, 영업글 쓰지만, 가불구취… 가치에 따라 지갑 연다

■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性·인권 감수성 부족한 채널
이용자들 외면… 거부 운동도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 표명해

30대는 착한 소비를 통해서도 ‘인플루언서블 세대(influenceable+世代)’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돈쭐’ ‘영업글’ ‘가불구취’ 등의 키워드가 이들을 특징짓는 단어로 떠오르고 있다. 모두 착한 소비를 한 뒤 SNS에서 인증을 통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돈쭐은 ‘돈’과 ‘혼쭐’을 결합한 신조어로 ‘돈으로 혼내준다’는 의미다. 나쁜 뜻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나 가게의 물건을 많이 팔아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이콧(boycott)과 반대되는 일종의 ‘바이콧’이다. SNS상에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돕거나 사회에 기여하는 행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업체가 공유되면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해당 기업이나 가게의 제품을 구매하고 인증하는 방식이다. 착한 기업의 제품 구매를 원하는 30대들의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제품을 파는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영업글’도 이들의 착한 소비 중 하나로 꼽힌다. 영업글은 좋아하는 대상이나 유용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행동을 이르는 신조어다. ‘가성비템 인정’ ‘찐간증有’ 등 제목으로 제품의 구매 후기를 SNS상에 공유하고 영업글임을 대놓고 밝히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꼭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가수나 배우, 좋은 드라마를 소개하는 내용의 영업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글로 인해 작성자가 소개한 대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영업당했다’고 표현한다.

이들 세대의 소비 행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가불구취’를 꼽을 수 있다. 가불구취는 ‘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의 줄임말이다. 온라인 채널에 자기 가치관에 어긋나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구독 취소라는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때 가치관은 재미와 감동, 정보의 유용성은 물론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된다. 예컨대 성차별 문화를 조장하거나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콘텐츠, 불공정한 방식으로 광고하는 콘텐츠 등이 이용자의 질타와 외면 대상이 된다. 구독을 취소할 뿐 아니라 SNS를 통해 “○○○채널 영상 이제 안 본다” “오늘부터 구독 취소”라는 글을 남기며 가불구취 운동을 널리 알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가불구취를 콘텐츠 업계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