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수백m 대기줄…해결에 시간 걸릴 듯

주유소마다 대기 번호표 70번
오후부터 요소수 공급한다지만
‘수입처 다변화’ 못하면 장기화

이관범·황혜진·이정민 기자·부산=김기현 기자

‘요소수 품귀’ 사태를 촉발한 중국 통관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수출입 ‘관문’ 역할을 하는 부산항 일대는 오히려 물류 대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계약한 요소 1만8700t이 차례대로 한국에 들어오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인 ‘수입처 다변화’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부산 남구 용당동 북항과 강서구 신항 등 주변 대형 주유소 6~7곳에는 대형 컨테이너 차량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수백m씩 줄을 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현상이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물류 대란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요소수가 있는 주유소를 어렵게 찾아가도 70번까지 번호표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요소수가 없어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시작돼 물류현장의 화물노동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오늘 오후 2시부터 부산항만 주변 주유소에 정부가 요소수를 공급하기로 해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류 대란이 벌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통관에 묶여 있는 물량 중 우선 다음 주 출항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물량은 현재로는 차량용 요소수 하루치를 생산할 수 있는 300t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물량 확보에 실패하면 물류는 물론, 산업 및 생활 현장에 연쇄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비료 원료로 쓰이는 요소 가격은 올해 들어 t당 260달러(약 30만 원)에서 814달러로 가파르게 올라 덩달아 농산물 가격도 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사용할 요소비료를 확보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가 집중되는 영농철에 대비한 요소비료 확보 여부는 불확실하다. 자칫 요소비료가 영농철에 바닥나면 농사 대란으로도 비화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단일국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 3941개 중 중국 품목 수는 1850개에 달한다. 순수 마그네슘은 100%, 산화텅스텐은 94.7%, 수산화리튬은 83.5%,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등으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이라면서 “정치적으로 예측할 수 없어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 경쟁 여파로 공급망은 안보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외교와 경제가 따로 놀고,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한다면 공급망 붕괴에 따른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