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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이코노미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15일(月)
경기·물가·금리 ‘트릴레마’… 해법 못찾는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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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아래 사진은 미국의 물류 대란으로 인해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컨테이너 박스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글로벌 이코노미

美 3분기 GDP증가율 2분기의‘세 토막’… IMF, 세계각국 올해 성장전망치 하향
시중에 자금 늘고 ‘공급 병목’겹쳐 글로벌 물가상승… 美 6.2%↑· EU 4.1%↑· 韓 3.2%↑
‘테이퍼링’선언한 美, 금리인상 시기 고심…“내년 6월 올릴 것”전망 나와
英은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웃돌지만 아직 금리 올릴 때 아냐”… 예상 깨고 동결


세계경제가 ‘트릴레마’(Trilemma·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난맥상이다. 경기·물가·금리의 세 변수가 얽히고설키면 한쪽을 풀더라도 다른 한쪽이 꼬이기 십상인데, 팬데믹과 공급망 사태가 낳은 유례없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해법 찾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에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이 흔들리고 있어 정책·금융 당국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3분기 GDP 성장률 2% 쇼크, 전 세계 경기회복에 찬물 끼얹나 =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였다. 시장전망치 2.7%에도 밑도는 수준으로 2분기 6.7%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더딘 성장세로, 사실상 ‘성장률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3분기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당시 증가율은 각각 11.4%, 12.0%였다.

경기 둔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7월 대비 0.1%포인트 내린 5.9%로 수정했다. 특히 IMF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 대비 1.0%포인트 내린 6.0%로 전망하면서 독일(-0.4%포인트), 스페인(-0.5%포인트)의 성장률도 7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조치를 이유로 일본도 기존 2.8%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가 나서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시중에 자금이 풀릴 대로 풀린 데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요인까지 더해지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거의 6조 달러(약 7070조 원)에 달하는 재정부양책에 더해 공급 병목현상으로 인해 9월 인플레이션이 13년 만에 최고인 5.4%까지 상승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美 30년 만에 최장기 5% 이상 물가상승률에 전 세계도 비상 =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2%로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WSJ가 경제학자 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 전망이 5.25%로 집계됐는데, WSJ는 “11월에도 비슷한 수치를 가정하면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최장기간 5% 이상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역시 최근 강연에서 “Fed의 물가상승률 정책목표인 2%를 중간 이상으로 오버슈트(overshoot)하고 있다”면서 “현재 속도가 이어진다면 정책적 성공이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비상 역시 글로벌 현상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7월 물가상승률이 2.2%를 나타낸 이후 계속 증가해 10월에는 4.1%를 기록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8월 3.2%, 9월 3.1%로 영란은행(BOE)의 목표 수준인 2%를 웃돌고 있다. 한국 역시 10월 3.2%로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문제는 전 세계적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금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공급망 병목현상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면서 “내년까지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급망 혼란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조사 대상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지속하는 구인난과 이에 따른 임금 상승,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원인이다. 지난달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자료를 보면 미국 민간 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 대비 4.9% 올랐다. 팬데믹 이전 15년간의 평균 임금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경제학자는 현 상황이 “(경제) 회복의 어려운 부분”이라며 “정책 당국자는 무엇이 지속하고 무엇이 단기에 그칠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깊어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고민 = 트릴레마 중 나머지 하나인 금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최대 골칫거리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옥죄지 않는 시기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통된 고민이다. 중앙은행이 너무 늦게 조처를 하면 물가 상승세가 고착될 수 있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경제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선언한 미국 Fed 역시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ed가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내년 6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BOE는 지난 4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금리 동결(0.1%)을 선언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정책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지만 경기 상황이 아직 금리를 올릴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테이퍼링을 발표하면서 “(경제 상황을) 전망하는 것이 매우, 매우 어렵고 정책 수립이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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