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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15일(月)
시간을 담은 다큐, 뭉클한 삶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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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관객과 만난다. 왼쪽부터 애니메이션 ‘태일이’, 다큐멘터리 ‘송해 1927’ ‘1984 최동원’ ‘왕십리 김종분’, ‘태일이’.
■ ‘송해 1927’ ‘태일이’… 다큐멘터리 영화 4편 잇따라 개봉

94세 송해의 삶 다룬 ‘~1927’
아들 잃고… 평생 北고향 생각
고독·슬픔속 웃음·재치 피어

전태일 일생을 애니로 ‘태일이’
최동원 전설의 KS우승 ‘1984~’
순수한 열정 그려 잔잔한 감동


영화는 시간을 담는 예술이라고 한다. 때로는 수천 년의 인류 역사를 2시간 안에 응축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룻밤의 꿈을 몇 시간씩의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문 이란의 거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그의 첫 단편 ‘빵과 골목길’에서 소년과 대치한 사나운 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40일을 기다렸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시간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잊을 수 없는, 또는 기억해야 할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선을 보인다. 상업성만 생각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작품들이지만 특정한 시간의 의미를 담아 관객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고 있다.

‘송해 1927’(감독 윤재호)은 1927년 출생해 올해로 94세가 된 예인 송해의 삶을 다룬다. 송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장수의 아이콘이자 ‘전국노래자랑’의 해학 넘치는 MC다. 일제강점기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해 최장수, 최고령의 예능인이 됐다. 일면 화려해 보이지만 그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이 있었다.

그는 활동 초기 좌절감으로 남산에서 몸을 던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이 있고, 1986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큰 슬픔을 가슴에 묻었으며,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독해 했다. 그의 웃음과 재치는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송해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잡아당겼던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여러분도 절대 희망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18일 개봉한다.

‘태일이’(감독 홍준표)는 애니메이션이지만 다큐멘터리적 접근이 눈에 띈다. 1970년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그리고 있다. 할리우드의 픽사,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화려한 애니메이션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자극적이거나 과한 게 없다. 당연히 제작·투자 단계에서 애를 먹었다. 명필름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빛을 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1960∼1970년대 동대문 평화시장을 재현한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포근한 인상을 준다.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빼어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사른 가슴 아픈 1970년을 다루고 있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청년 전태일의 순수함과 열정은 우리를 뒤돌아보게 한다. 12월 1일 개봉한다.

11일 개봉한 ‘1984 최동원’(감독 조은성)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로 회자하는 1984년의 최동원을 그린다. 최동원은 1983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해 한국 야구사를 빛낸 인물이다. 이듬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 중 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를 올리며 롯데의 우승을 일궈냈다. 투수 한 명이 7경기 중 5경기를 출전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중 4차례는 완투를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1984년은 최동원에게 기록의 해였고, 야구 역사에 기적의 해였으며, 팬들에게 환호와 영웅의 해였다. 조 감독은 “한 사람을 기억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가장 빛났던 시기를 담아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왕십리 김종분’(감독 김진열)은 너무 낯선 이름이다. 왕십리역 11번 출구의 노점을 반평생 지켜온 팔순의 노점상 김종분 씨의 길 위의 삶을 조명했다는데 왜 김종분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김 씨가 30년 전 길 위에서 작은딸을 잃은 엄마이고, 그 딸이 김귀정 열사임을 알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귀정은 1991년 명지대 학생 강경대의 죽음 이후 잇단 ‘분신정국’에서 정부 규탄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숨진 학생운동가였다. 김 씨가 딸을 잃은 길 위에서 옥수수를 삶고 가래떡을 구우며 오늘을 사는 모습이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뜨거웠던 1991년과 대비되며 여운을 준다. 이 영화 역시 420명이 십시일반 한 소셜 펀딩을 통해 빛을 볼 수 있었다. 11일 개봉.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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