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파느니 물려준다”…아파트 ‘증여’ 급증에 매물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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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입력 2021-11-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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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1.11.12.


세금 부담·집값 상승 기대감↑…작년 이어 올해도 증여 급증
증여 증가→매물 부족→거래 절벽 심화→집값 상승세 견인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1채를 보유한 김모(59)씨는 최근 대학생 자녀 2명에게 아파트를 각각 한 채씩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크게 오르면서 부담된다”며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하면 상속했을 때보다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한 뒤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사실상 거래 절벽 현상이 현실화했다.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매매하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집값이 상승하면서 아파트를 팔기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보유세와 양도세 등 갈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경기도 증여 건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올해 9월까지 아파트 증여 건수가 2만1041건으로, 같은 기간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1만8555건)보다 2486건이나 늘었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1만7364건, 4791건으로 집계됐다.

증여는 서울과 수도권을 거쳐 지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방의 증여 건수는 2만6554건으로, 이전 최대치였던 지난해(2만4864건) 수치를 뛰어넘었다. 대구(4866건)와 충남(2494건), 경북(2344건), 전북(1715건), 울산(1378건) 등의 증여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로 선회하면서 기존 주택의 공급 물량을 늘리려 했던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시장에선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보유세 등 세금 강화와 집값 상승에 기대감이 겹치면서 증여가 급증했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이 강화되면서 매매를 하는 것보다 가족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으로 증여가 늘고, 매물 잠김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여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나 여전히 상승 중이고,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라며 “보유세 부담 증가로 집을 팔려고 해도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양도세를 내야하니, 차라리 증여를 선회하는 다주택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남았으나,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양도세 중과로 오히려 매물이 나오지 않고, 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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