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 올렸지만 집값 천정부지…서울 8개구 되레 대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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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시가격 9억 미만 가구
11억 이상으로 올라 대상 ↑
강동구 4122가구 늘어 최고
대상 없었던 동대문 56가구

與,종부세 1주택 절반 ↓ 전망
집값 폭등으로 1년 만에 허사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 대상이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추정은 빗나가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서울 시내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 가구 수가 지난해 9억 원 초과 가구 수와 불과 4000가구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주택자 역시 집값 폭등에 따른 종부세 부담을 덜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을 2억 원 올려 11억 원 초과로 완화했는데도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 강화 △집값 폭등이 더해져 1주택자 부담 완화 효과는 정부의 기대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18일 국토교통부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공동주택 총 258만 가구 중 11억 원 초과 주택은 27만7074가구로 10%를 넘는다. 종부세법 개정 전 기준인 9억 원 초과로 대상을 넓히면 41만2550가구로 16%에 육박한다. 올해부터 공시가격 기준으로 1주택자는 11억 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낸다. 다주택자의 경우 1인당 합산 금액 6억 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낸다.

민주당은 올해 8월 종부세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1주택자 과세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2억 원 높였기 때문에 종부세를 납부하는 1주택자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시내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 수와 올해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 주택 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심 악화를 우려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을 12년 만에 손질했지만, 집값 폭등으로 1년 만에 도돌이표가 된 셈이다.

더구나 서울 광진구, 마포구, 동작구, 송파구, 강동구, 은평구, 중랑구, 동대문구는 오히려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납부 대상 가구가 늘었다. 강동구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2035가구였는데, 올해 공시가격 11억 원을 넘는 주택은 6157가구로 4000가구 넘게 늘었다. 마포구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은 7079가구였는데, 올해 11억 원 초과 주택은 7605가구였다. 종래 기준이었던 9억 원 초과로 대상을 넓히면 1만7374가구나 된다. 광진구 역시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3662가구에서 올해 4369가구로 기준을 2억 원 높였음에도 700가구 넘게 늘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이 넘었던 주택들은 물론, 9억 원이 되지 않았던 주택들 상당수도 1년 만에 공시가격 11억 원을 돌파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해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이 없어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납부 대상이 없었던 동대문구는 올해 공시가격 11억 원이 넘는 주택이 56가구 새로 생겼다. 고가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초구와 강남구, 용산구와 성동구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종부세를 낼 다주택자까지 고려하면 지난해에 비해 종부세 대상 가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시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52만6707가구였는데, 올해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75만8666가구로 약 23만 가구가 늘었다. 이 중 모두가 종부세를 낸다고 볼 순 없지만,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자는 늘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과세기준 완화에 따라 1주택자 납세 인원이 8만9000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국회예산정책처도 전국 기준으론 10만 명 늘어난 76만 명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