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바다 곳간엔 뭐든 다 있지”…생생한 논픽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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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할망 제주에 오다 | 이승원 지음 | 한림출판사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 | 조혜란 지음 | 책읽는곰

이번에 소개하는 두 권의 그림책은 바다와 할머니에 관련된 이야기다. 논픽션 그림책이지만 픽션 못지않게 인물 표현이 뛰어나고 짜임새 있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의 작가는 그림 그리는 쪽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림책의 문장에도 안정적 감각을 지녔다. 이승원 그림책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와 조혜란 그림책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 얘기다.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는 지유의 아빠가 지유와 손잡고 용눈이오름에 오르면서 제주 전설에 나오는 바람신인 영등할망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먼 옛날 외눈박이 괴물들에게 습격당한 어부를 지켜줬던 영등할망은 지금도 음력 2월 초하루면 새봄을 이끌고 제주에 온다. 서쪽 바다로 들어와 동쪽 바다로 나갈 때까지 영등할망은 제주 구석구석에 생명의 씨앗을 뿌린다. 구체적인 제주 정보에 두근거리는 옛이야기, 지유와 아빠의 대화까지 세 개의 층위가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결로 편안하게 읽힌다. 제주라는 섬의 지형과 문화를 잘 해석해낸 이승원 작가의 개성 있는 그림이 전체를 선명하게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등할망 캐릭터의 설정이 강렬하게 돋보인다. 수천 년을 살아온 할망이지만 새 사람처럼 신선하고 바람의 신답게 매서운 모습인데 속 깊은 보살핌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의 조혜란 작가는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에서 이미 바다와 할머니의 매력을 그려왔다. 논픽션 그림책의 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첫손에 조혜란 작가가 떠오를 정도로 경지에 이른 문장과 구성을 보여준다. “해당화를 닮은 우리 할머니와 당근을 닮은 아이들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사부터 “바다 곳간에 가면 뭐든지 다 있다”는 호언장담까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글이 더없이 탄탄하다. 그리고 서해의 해루질 풍경과 바닷가 해랑이네 집 구석구석은 그냥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삶처럼 사실적이다. 여성 3대의 이야기를 풍요롭고 평안하게 다루는 넉살도 조혜란 작가의 오랜 내공이 빛나는 부분이다.

두 권 모두 좋은 논픽션 그림책이 무엇인지 수업의 교재로 사용될 만한 작품들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