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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19일(金)
‘외로움’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 해독제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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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고립의 시대 | 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SNS·AI기술·富의 불평등 영향
코로나 이전부터 단절의 시대로
외로운 도시인들 공감능력 줄어
타인에 덜 정중해도 괜찮다 생각

먹방현상, 포용 연습할 기회 앗아
로봇이 인간대체땐 소외 더 커져
우리가 서로 위해 있어줘야 해결


한때 은둔형 외톨이들을 다시 사회로 불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자 혼자가 좋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살길처럼 여겨졌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현대인은 ‘고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제적·기술적 요인, 도시의 구조적 문제,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인간을 고립시키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는 현대사회가 당면한 최대 위기인 ‘외로움’, 거기서 파생된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의 현실과 대응책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외로움을 “내면적 상태인 동시에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인) 실존적 상태”라고 말한다. 다양한 측면의 실존적 상태까지 외로움의 범주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는 “유난히 가혹한 형태의 자본주의, 즉 자유가 최우선시되는 신자유주의 이념” 때문이다. 소득과 부의 불평이 심화됐고, 거대 기업과 금융에 “큰 권력과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그 자신의 심신만 병들게 하지 않는다. “공감 능력의 감소”를 낳고 “타인을 향한 적대감”으로 이어진다. 타인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도 문제지만, 배제와 혐오를 배태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몇 해 전 도널드 트럼프는 지지층 대다수에게 공통점이 없음에도 “우리가”(we)와 “우리를”(us)을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하며, 소외된 백인들의 표를 결집했다. 세상의 변화와 함께 “일터를 비롯한 공동체에서 느끼던 전통적 유대감”을 상실했던 일부 백인에게 트럼프의 유세장은 마치 “열띤 유사 종교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하여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곳이었다. “새로운 포퓰리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외로움이 도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을수록 외로움은 커지게 마련이다. 도시인의 외로움은 “무례하고 무뚝뚝하고 자기에게만 몰두”할 뿐 아니라 “덜 정중”하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을 두 번 볼 일이 없는 이상 “분명 그 사람에게 조금 무례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도시에서 어쩌면 ‘혼밥’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에서 “먹방(mukbang)이 폭발적 증가세”인 이유에 대해 “먹방을 ‘식사 친구’ 삼아 ‘담소’하며 식사 시간의 외로움을 달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도시인들이 먹방을 보며 혼밥하는 사이 “공동체를 구축하고 포용적 민주주의를 떠받칠 기술을 연습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남녀노소의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이다. 과거 TV가 나왔을 때도 중독을 염려했지만, 스마트폰과 “예전 세기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혁신”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즉 “그것들에 얼마나 붙들려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깔린 각종 소셜 미디어 앱에 ‘좋아요’를 누르다 보면 “정서적 연결이나 공감, 이해를 돕기는커녕 대화의 질을 저해하고 그 결과 관계의 질까지 해치는” 지경에 이른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는 명백한 혐오 발언 또는 폭력물이나 혐오물의 게시를 교사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어도 집단 괴롭힘처럼 타인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유해 발언이 있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 역시 현대인을 외로움에 이르게 만든다. 주지의 사실처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을 노동에서 소외시킨다. 더 큰 문제는 업무에 이용되는 다양한 기술들로 인해 노동자들이 내내 감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우리 사회는 아주 예외적인 사람들, 즉 “로봇으로 충분히 대체될 수 없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인정받는 선택된 소수, 기계를 정비·관리·유지하는 또 다른 선택된 소수”만의 승자독식 사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기계들을 소유한 더더욱 선택된 소수”는 사회를 좌지우지하고도 남는다. 사회는 갈수록 외로움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은 한 개인으로 존재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저자는 지금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체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더더욱 연습 없이는 이룰 수도 없다. 정부는 “뿌리 깊은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할 뿐 아니라 실행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협력과 온정과 배려”가 있는 자본주의도 만들 수 있다. 책 말미의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외로운 세기의 해독제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있어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492쪽, 2만2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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