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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19일(金)
대학 경쟁력 왜 날개 없이 추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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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前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亞 대학평가서 韓 최악의 성적
학문 연구 양과 질 동시에 추락

13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악화
교원 수 감소·나쁜 처우가 원인

정부, 학교에 예산 자율권 확대
대학은 스스로 생태계 혁신을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따라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조선일보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1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한국은 이 평가가 시작된 2009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 2위까지 올랐던 카이스트는 14위(지난해 12위)로 내려갔고, 서울대는 4위에서 18위(지난해 14위)까지 밀려나 두 대학 모두 역대 최하 순위다. 국내 대표 대학들의 순위 하락 추세는 2017년부터 두드러진다. 국내 최고 순위 고려대도 아시아 13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내려앉았고, 대다수 대학의 순위가 떨어졌다. 이 평가에서 높은 순위의 대학들은 싱가포르국립대(1위), 베이징대(2위), 난양공대와 홍콩대(공동 3위), 칭화대(5위) 등으로 싱가포르·중국·홍콩 등이 대표 대학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결과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고등교육 경쟁력의 하락은 우리나라를 대학교육에서 ‘아시아 2류’ 국가로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이 평가는 11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주요 지표는 △학계 평가(30%) △졸업생 평판도(20%) △교원당 학생 수(10%) △논문당 피인용 수(10%) △국제연구 협력(10%) △박사 학위 교원 비율(5%) △교원당 논문 수(5%) △외국인 교원 비율(2.5%) 등이다. 그러면 국내 대학들은 주로 어떤 평가에서 순위 하락을 초래하는가?

우선, 연구의 양과 질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예컨대, ‘교원당 논문 수’에서 카이스트는 지난해 10위에서 18위로 떨어졌고,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서 서울대는 지난해 48위에서 올해 63위로 처졌다.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교원당 학생 수’ ‘박사 학위 교원 비율’ ‘국제연구 협력’ 등의 평가에서도 모든 대학이 하락하는 추세다.

그러면 대학교육 경쟁력이 왜 떨어지는가? 교육계에서는, 13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금도 폐지되는 등으로 대학 재정이 악화하면서 교원들 빈자리를 강사로 채우는 대학이 늘어 ‘교원당 학생 수’ 지표가 나빠지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또한, 교원들에 대한 처우가 나빠지면서 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이는 연구 의욕 저하로 이어져 ‘교원당 논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립대(전국 대학의 85%)가 속출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유효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실 대학을 걸러낸다는 명목으로 ‘대학 기본 역량 진단’을 실시하지만, 각 대학의 정시·수시 모집 비율, 등록금 인상 정도, 시간강사 비율 등을 평가해 대학의 자율권을 훼손할 뿐 부실 대학을 퇴출시키는 통로 마련에는 실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학에 자율권이 없어 대학이 현실에 안주해 정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으니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13년째 동결돼 있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는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평가와 지원금 삭감 등이 무서워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하되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을 확충하도록 하는 게 좋다. 교원 확충을 유도하고 처우도 개선해 줘야 한다.

둘째, 대학에 예산을 나눠줄 때 지금처럼 정부가 시시콜콜 예산 사용처를 지정해서 일일이 나눠줄 게 아니라, 대학 총장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자유롭게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후에 제대로 평가해 실적이 없으면 예산을 확 줄이는 식으로 자율성과 책임의 고등교육 행정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총장이 어떤 특정 학문 분야를 키우고 싶으면, 자유롭게 그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셋째, 대학의 연구·개발(R&D)비를 확대해 연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비는 한 해 약 100조 원에 이르는데, 이 중 대학이 수행하는 비율은 8.3%에 불과하고, 이 비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은 13%에 이르고, 유럽 선진국의 대다수 국가는 20% 안팎이다.

끝으로, 대학도 스스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전 세계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경제시대를 맞아 교육혁신을 부르짖고 있는데, 아직 우리 대학들은 학과별 칸막이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문·이과 구분을 넘어서는 융합형 인재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 혁신의 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대학 경쟁력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학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에는 관심이 없고, 반값 등록금 등 표를 얻기 위한 공약에만 치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대표 교육공약으로 내걸었고, 심지어 정의당은 전문대와 국공립대 무상 교육을 공약했다.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는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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