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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4일(水)
“고성장 멈춘 사회서 청년요구 번번이 거절당해…‘너 때문에’ 탓하다 적대감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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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30代 리포트 -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사회구조 인식하면 이해 가능
하지만 사회가 성찰시간 안줘

상대 돌보며 나도 돌봄 받게돼
곁 내주는 ‘공존 의식’이 해법”


“지금의 30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한국에 몰아친 ‘신자본주의 키즈(kids)’다. 자기계발과 책임을 내면화한 세대로, 다른 사람을 짓밟지 않으면 내가 죽는 ‘사냥꾼 사회’에서 즉자적이고 순간의 이해득실을 철저히 계산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남녀 모두가 사냥꾼이 됐다. 사회 구조를 깊이 인식하면 남녀 모두 이해될 문제인데 이 사회는 성찰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사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등 해법은 상호 돌봄을 통한 ‘우정의 세계’ 구축으로,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공존’이라는 화두로 수렴됐다. 조한 교수는 먼저 청년층의 극심한 젠더 갈등을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사회에서 신자본주의가 낳은 부산물로 진단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파편화된 청년층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고압축 성장을 하다 멈춘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요구는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사람이 불안하면 딱 눈앞만 본다”며 “‘너 때문에’라고 탓할 상대를 찾다 보니 군대라는 한국 냉전체제의 특수성과 맞물려 남녀가 서로 적대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존, ‘우정의 세계’ 준비해야” = 그는 지금의 청년층이 신자유주의의 서막을 연 IMF 사태 이후 생존의 위협을 느낀 부모에 의해 어릴 때부터 입시 경쟁에 내던져지며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급급해 상대를 이해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기회를 얻지 못한 게 젠더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봤다. 조한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다 같이 잘살자는 게 목적인데, 청년층은 ‘죽어라 노력해서 정규직이 됐다’며 싫다고 거부한다. 역사성이 지워진, 개인 안에서의 공평을 말하며 청년층은 우리 사회를 더 불평등한 구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카지노 자본주의(경제가 투기적 금융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상태)의 발전, 고용 불안, 징병제,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 가장’이라는 가부장적 토대의 붕괴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젠더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그래서 1세대 여성학자인 그는 인간의 ‘돌봄 능력’을 일깨워 공존하는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조한 교수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참가자가 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행동을 하며 마음을 쓰는 것, 편을 먹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곁을 주는 것, 무엇보다 상대를 돌보며 자신 역시 돌봄을 받는다는 걸 아는 것”이라며 “최근 많은 사람이 길고양이, 화초, 아프리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이미 우리 안에 많은 이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우정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설명했다.

◇“남성 카르텔 위한 여성 도구화 그만” = ‘남자니까’ ‘여자니까’로 시작하는 고정적 성 역할은 젠더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조한 교수는 “산업사회는 개개인의 능력을 원하기 때문에 남녀 구분이 없고, 고정된 성 역할이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젠더 갈등을 이용해 표심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다. 최근엔 정치권이 ‘이대남(20대 남성)’ 표를 얻겠다고 골몰하며 사실상 여성을 배제해 ‘편 가르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한 교수는 “남성 카르텔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여성을 도구로 삼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내 몸은 내가 지키고, 내 권리는 내가 행사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단호한 세대가 나왔다”며 “그들은 남성 카르텔이 한 집단(여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세계관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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