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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4일(水)
“차기 정부, 경제 비전 제시해야 부동산·주식 아닌 산업으로 자금 몰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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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센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큰 기저질환을 극복하고 미국과 중국이 도움을 요청하는 나라로 서둘러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성호 기자

■ 파워인터뷰 -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

금리 인상, 시기 아닌 순서 잘못
산업정책 큰 틀 먼저 세워줘야
시장 혼란없이 투자 활성화 가능

인공지능·빅데이터·정보통신…
4차산업 한발짝이라도 앞서가면
美·中 서로 도와달라 요청할 것

고용 절벽·부동산·가계빚·물가
한국경제 4개의 덫에 걸려있어
대출 규제 겹쳐 도미노 위기 우려


인터뷰 = 김병채 산업부 차장

이필상(74) 서울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비전 브리지 펴냄·사진)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부제는 ‘정부는 착할수록 나쁘고 시장은 나쁠수록 착하다’였다. 이 책은 박정희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을 냉정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의 특징은 보수·진보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비판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를 진보 진영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자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오로지 경제적 관점만을 중시한 그의 연구 궤적이 이 책에 묻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고려대에서 퇴임한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9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에게서 사회과학은 현실 문제를 진단·평가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일념 아래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5월 들어설 차기 정부에 대해 그가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큰 그림’이다. 자본이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지 않고 산업 투자로 이어지는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책,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각종 공약이 현 경제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큰 청사진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이 세계 경제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중요한 시점인데, 한국 경제는 큰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심하던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 나가 미국과 중국이 도움을 요청하는 나라’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했다.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니까 세계 각국이 통화를 풀어서 일단 위기를 지연시켰다. 이제 다시 금융을 정상화하고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고 내년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다. 다른 나라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 긴축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린다는 것인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기회로 이용하면 승자가 되고, 그러지 못하면 패자가 된다. 이제부터 각국의 경제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경제의 운명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기저질환이다. 기저질환이 없는 나라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상태는 어떤가.

“한국은 성장동력이 꺼졌고, 고용 창출력도 아주 낮은 상태다. 기저질환이 심각하다. 앞으로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뒤처지면서 엄청난 혼란과 고통이 있을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기저질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 될 수 있는 게 가계부채다. 가계부채가 1600조 원이 넘는데 금리가 오르면 제대로 상환을 못 할 수 있다. 금리가 오르는데 대출 규제까지 해 돈을 못 빌리게 하면 연쇄 부도의 위험이 있다. 또 하나는 자산시장 거품이다. 부동산 가격이 어느 때보다도 높게 올랐고, 주식 시장에도 거품이 있다. 금리가 오르는 것을 계기로 주택시장이 경착륙하고 주식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적절한 것인가.

“시기적으로 적절성을 묻는다면 적절하다. 문제는 준비가 돼 있느냐는 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 경제는 네 가지 덫에 걸려 있다. 하나는 고용절벽의 덫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 투기의 덫이고, 세 번째 덫은 가계부채의 덫이다. 설상가상으로 물가까지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규제하면 부작용 우려가 크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해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래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높여야 한다. 이런 식으로 큰 틀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면 자금 흐름이 부동산이나 주식이 아니고 산업자금, 생산자금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이런 산업 정책이 금융 안정책보다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 안정책이 먼저 나오니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들으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리를 올리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금리는 올릴 수밖에 없다. 이 교수가 지적한 것은 순서였다.

큰 틀의 정책을 먼저 제시하고, 금융 안정책을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으니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먼저 줬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차기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대선후보들의 지원금·기본소득 공약, 경제유린이자 헛소리”

韓 경제 아직 수용능력 없는데
청사진 없는 지원책은 포퓰리즘

기업활동 일일이 포지티브 규제
이젠 환경·인권에 문제 없으면
뭐든 하도록 ‘네거티브’로 가야
기업가 정신 살릴 여건 조성을

종부세, 한번에 많이 올려 문제
징벌적 증세는 경제 위축시켜
성장률 하락·세원 줄어 악순환



―산업 정책 방향은 어떻게 가야 하나.

“우리가 지금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전쟁에서 완전히 샌드위치 신세가 됐고 심지어 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또 가야 하는 길은 경제 강국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못할 것도 없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가면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를 협박하고 위협하는 게 아니고 도와 달라고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보도 걱정 없다.”

―미·중 패권 전쟁을 전망해 달라.

“패권 전쟁은 한 나라가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무한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를 매기면서 1대 1로 싸웠는데 이제는 동맹전이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하고 미국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다고 한다. 진영 싸움을 벌이는 거다. 한 진영이 승리할 때까지 끝날 수 없는 싸움이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한 쪽을 포기하고 한 쪽으로 가자고 할 만큼 작은 나라는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 친중이 될 수도 있고 친미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독자 노선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경제 강국이 되겠다, 또는 모든 국제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을 꼽는다면.

“지금 정말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산업은 결국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 반도체 등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것은 AI다. 예전의 산업혁명은 사람의 손발을 대신했는데 이제 머리를 대신하는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 부재를 답답해하는 듯했다. 산업정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업정책의 방향이다. 그에게 방향을 물었다. 그런데 답변이 다소 특이했다. 구체적인 산업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었다.

사회가 기업가를 인정하는 분위기, 기업가 정신의 부활이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텐데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할지가 중요해 보인다.

“기업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 좀 아닌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게 사회에서 기업인을 인정해주고 대우해줘야 한다. 우리가 한창 경제성장을 할 때는 기업인 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고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기업인들 스스로도 아들딸에게 죽어도 기업 하지 말라고 한다. 법조인, 의사가 되라고 한다. 기업가 정신은 자본주의의 영혼이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짓밟고 있다. 기업인들의 잘못을 처벌하고 시정하는 것과 기업가 정신을 죽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큰 틀에서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정책 부분도 필요한 게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모두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모든 기업 활동에 일일이 허가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환경, 인권 등에 문제가 없으면 나머지는 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동시장도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해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적대적인 관계다. 공생의 기반을 같이 살려가야 한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절박한 시점. 한국은 또 하나의 큰 변수가 있다. 바로 내년 3월 대선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교수는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해 왔다. 그는 아직 대선 후보들 가운데 제대로 된 경제 비전을 제시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는 듯했다. ‘경제 유린’ ‘헛소리’ 등의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대선 후보들이 전 국민 지원금, 50조 원 자영업자 지원금 등의 정책을 얘기했다.

“매우 안타까운데 모두 다 정치적인 얘기다. 지원할 수는 있지만 그 전에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경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대책과 진단이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청사진을 내놓고 지원책을 얘기해야 한다. 근본적인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이렇게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고 경제 유린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경제가 수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경제 상태는 기본소득을 논할 만큼 기능이 발휘되는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이나 중국보다 앞서가고 고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해서 이익을 국민에게 나눠 줄 수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지금 경제가 무너져 가고 있는데 주겠다는 것은 허언밖에 되지 않는다.”

―빈부 격차가 계속 심해지면서 증세 이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양극화가 심화되니 증세를 해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증세도 경제가 수용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징벌적인 형태로 증세하면 경제를 오히려 위축시키면서 모두가 손해 보는 결과가 된다. 징벌적 증세를 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률이 떨어지며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면 세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도 대폭 늘었고, 액수가 과하다는 논란이 있다.

“종부세를 징벌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나는 평생 피땀 흘려 일하고 저축해서 내 집 마련했는데 정부가 정책을 잘못 써서 집값 올려놓고 세금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것도 한꺼번에 별안간 올리겠다고 하니까 위험하고 불안한 거다. 증세해도 최소한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정부가 우리가 잘못했는데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증세를 조금씩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수용할 것이다.”

―최근에 상속세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일단 현행 상속세 제도가 2000년에 만들어져 21년이 됐다.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면 집 한 채 겨우 마련한 사람도 상속자들이 상속세를 내게 생겼다.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또 하나는 배우자 상속세 문제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또 상속세 집행을 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e-mail 김병채 기자 / 산업부 / 차장 김병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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