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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희경의 시:선(詩:選)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4일(水)
당신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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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등에 숲이 있다 수백년 잠들었던, 수천년 깨어나던, 수억년 서성이던 기슭이 우거져 있다 낙엽송 갈잎 사이로 사물사물 길이 흐르고 바큇자국 선명하다 바람이 엉겨 자란 고요, 잎새 하나 흔들린다 지구 저쪽까지 번져가는 적막, 거기서부터 무당벌레를 닮은 무극(無極)이다’

-김수우 ‘등짝’(시집 ‘뿌리주의자’)


나는 등에 약하다. 헤어질 때, 먼저 돌아서는 까닭이다. 이따금 방심하여 친구나 가족의 등을 보게 되면, 여지없이 나는 그를 불러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불러놓고 할 말이 없으니까,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곤 먼저 등을 돌린다. 그의 등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안타까움에 울컥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등에는 삶이 업혀 있다. 삶은 보이지 않고 그것의 무게만 보인다. 곧고 튼튼한 모양의 등은 아이들만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라고 그 삶에 무게가 없겠냐만, 그것은 아직 무겁지 아니하리라. 아이들 등이 굽어간다면, 그것은 사회의 잘못이다. 사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어머니의 등을 보았다. 보고선 넋을 잃었던 것이다. 그 등은 작았다. 다가가 안으면 한 품도 안 되게 폭 담을 크기였다. 한때 나를 업기도 했겠으나 이제는 나를 업을 수 없는 야윈 등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는지. 삶의 무게란, 그의 생애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그 등에는 어머니의 이력이 담겨 있고, 그것은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훌륭함이다. 참으로 우아하구나. 감히 그 등에 안타까움 같은 감정을 담을 자격이 내겐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다 안아줄 수 없는 크기구나. 그 등을 무엇과 비견할 수 있을까. 내 등 따윈 어림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부르지 않고 그 등이 인파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 나의 등을 감추고 오래 그 등을 경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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