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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5일(木)
‘식탁위 터줏대감’ 배추, 옛날엔 ‘약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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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시장 ‘배추전’

■ 이우석의 푸드로지 - 배추

1인당 배추 소비 年 47.5㎏
전체 채소 소비량의 3분의 1

칼슘·칼륨·식이섬유 등 풍부
비타민U는 시원한 맛의 비결

국·전골·전·쌈 등 두루 활용
겉잎 말린 우거지, 식감 좋아
감자탕·생선조림 등과 ‘궁합’


“배추가 아니라 금추여, 금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제공한 농수산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배추(중품 10㎏) 도매가는 1만660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2배로 올랐다. 김장용 절임배추는 더 올랐다. 쿠팡 등 유통채널에선 절임배추가 20㎏ 기준 4만7000∼5만8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가 금추가 된 이유는 올해 옹색한 작황 탓이다. 유난히 들쑥날쑥한 기온과 강우로 인해 강원도를 중심으로 중부지방 배추가 썩고 물러졌다. 지난달 상순에는 이상고온으로 배추 뿌리가 썩는 무름병까지 돌았다. 게다가 해남 등 남부지방의 배추는 아직 본격적인 수확기가 아니다.

이 상황에 한국인은 난감하다. 유난히 배추를 즐기는 까닭이다. 김치의 주재료이자 다양한 형태로 취식한다. 한국인 1인당 배추 연간 소비량은 47.5㎏(농림축산 주요통계 2020년 기준)이다. 채소류 소비량의 3분의 1을 배추로만 채운다. ‘식탁 위 터줏대감’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특히 11월에 나는 배추는 더욱 긴요하다. 겨우내 반찬의 근원이자 식탁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하는 김장김치의 주재료다. 쌈으로도, 국거리로도 쓰이고 간단히 절이는 겉절이 반찬으로 요모조모 사용되는 배추는 장바구니의 필수 아이템이다.

배추는 원래 민간에서 약초로 분류됐을 정도로 유용한 채소다. 비타민C와 비타민A, 칼슘, 칼륨, 식이섬유가 많아 건강에 좋다. 자상이나 화상을 입거나 독이 오를 때 데친 배추를 붙이면 좋다. 규합총서에도 ‘배추씨 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아미노산(시스틴) 성분도 들어 맛을 내는 데도 유용하다.

배추의 이름은 ‘백채(白菜)’에서 온 말이다. 생채(生菜) 역시 발음이 추로 변해 상추라 부른다. 중국 북부가 원산지이며 중국식 절임반찬 파오차이(泡菜) 역시 배추를 쓴다.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원재료인 배추 역시 중국을 벗어나 ‘한국 배추’의 명성이 드높다.

2012년 제4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국제식품분류상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age)에 속했던 한국 배추를,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로 분리 등재한 바 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배추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종자이기 때문이다. 토종 배추는 길쭉하고 배춧속이 반 정도만 뭉쳐지는 반결구 배추였다. 결구(結球) 배추란 잎사귀가 고갱이를 중심으로 공처럼 둥글게 뭉쳐지는 배추를 말한다. 결구 배추는 잎이 단단하고 달아 김치 담그기에 좋은 배추다.

해방 이후 1947년 설립된 ‘우장춘 박사 귀국추진위원회’는 당시 일본 종묘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던 세계적 농학자 우 박사를 맞이해 농산물 종자 개량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한 단체다. 정부는 1949년 한국농업과학연구소를 만들고 이듬해 귀국한 우 박사를 모셨다. 그는 이곳에서 국민 식생활에서 없어선 안 될 벼와 감자, 배추, 무 등의 품종을 연구했다. 우 박사는 배추의 일대 잡종 품종을 육성해 원예 1, 2호 등 새로운 결구배추 품종을 탄생시켰다. 세계인이 김치로 접하고 있는 한국 배추의 탄생이다.

배추는 쌍떡잎식물 십자화목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서늘하고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 재배가 잘된다. 품종에 따라 50일에서 90일 정도 자라며 잎이 꽃처럼 뭉쳐지는 결구 현상을 보인다. 개량종은 단맛과 매운맛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재래종보다 통통하게 성장한다. 분류학상 ‘친척’으로는 순무와 청경채가 있다. 양배추와는 또 다르다. 배추 잎사귀를 꺾으면 달큼한 맛이 나는 뽀얀 즙이 나오는데 여기 포함된 비타민U 성분이 위장에 좋다. 국물에 넣으면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것도 이 성분이다.

가을배추로는 주로 김치를 담그지만 다른 요리에도 많이 쓴다. 국이나 전골에 넣어 맛을 더하거나 메밀이나 밀가루로 풀을 쒀 잎사귀로 배추전을 해 먹어도 시원한 맛이 좋다. 그대로 쌈을 싸먹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속대의 경우 과메기나 보쌈 등에 곁들여 아삭한 맛을 더한다.

일본에서도 국물 요리인 찬코나베(ちゃんこ鍋), 요세나베(寄せ鍋)와 샤부샤부에 많이 넣어 먹는다. 일본식 채소절임 쓰케모노(漬物)에도 여러 채소 중 배추가 들어간다. 중국에서도 절여 파오차이를 만들거나 훠궈(火鍋) 같은 전골 요리에 넣는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배추의 겉잎 부분은 질기고 매운맛이 강해 떼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말린 것이 우거지다. 우거지는 특유의 식감과 구수한 맛이 좋고 영양가도 우수해 이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씹는 맛이 탁월해 감자탕이나 조림 요리에 쓰면 생배춧잎보다 낫다. 우거지는 배추뿐 아니라 푸성귀 종류의 겉부분이나 윗부분을 의미한다. 어원도 ‘웃걷이’에서 나왔다. 따라서 걷어낸 것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다. 저렴하고 쓸모 있는 자투리다.

우거지를 시래기와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시래기(靑莖)는 무청이나 배추 겉잎을 생으로 쓰거나 삶은 후 말린 것이다. 배춧잎이나 무청을 모두 ‘시락(시래기)’이라 부르는 경상도 방언에서처럼 배춧잎을 말린 것도 시래기라 불러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상에선 으레 말린 무청 시래기만을 지칭한다. 대중적으로 먹는 배추와 무에서도 허드레 부분이라 흔하고 값싸게 취급했다. 하지만 우거지와 시래기는 섬유소가 많고 무엇보다 맛이 좋아 조리 시 여러 용도로 쓴다.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고 생선을 조릴 때 많이 쓰는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섬유소가 부족한 뼈다귀해장국이나 매운탕, 선짓국 등에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이처럼 한국인의 생활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채소가 배추다. 친숙하니 배추 머리(코미디언 김병조)나 배추도사(만화 옛날옛적) 같은 캐릭터도 등장했다. 배추의 초록색에 비유해 과거 지폐 중 최고액권이었던 만 원짜리를 지칭하는 별칭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어서 배춧값이 안정돼야 차가운 겨울을 앞둔 국민 살림살이도, 푸성귀 결핍의 입맛도 제자리를 찾을 텐데….

놀고먹기연구소장


▲  외남반점 ‘우거지 짬뽕’

■ 어디서 먹을까

◇ 한성식당 = 얼큰한 곱창전골인데 채소는 배추와 쑥갓만 넣었다. 잘게 썬 배추가 상큼함과 함께 식이섬유를 공급한다. 처음엔 얼큰하고 시원하다. 곱창 내 곱이 국물에 흘러들어 가면 부드럽고 고소해진다. 팔팔 끓인 후 숨죽은 배추와 곱창을 함께 집어 먹으면 그 궁합이 좋다. 면 사리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 배추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11길 8. 1만5000원.

◇ 부두식당 = 갈치국. 갈치와 배춧속을 넣고 맑게 끓였다. 소금 간만 하고 끓여내니 감칠맛은 갈치가, 시원한 뒷맛은 배추가 각각 책임지는데 담백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훌륭하다. 갈치의 연한 살을 수저로 살살 긁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 게 요령. 맑은 국이라 밥을 말아도 쉽사리 탁해지지 않는다. 매운맛을 원하면 청양고추 다대기를 넣으면 된다. 옥돔국도 맛이 좋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로13길 21. 1만 원.

◇ 상주식당 = 배추에 진심인 추어탕 노포다. 1957년에 문을 열었다. 대문 입구부터 배추를 전시했다. 노지(露地) 배추가 나지 않는 겨울엔 아예 가게 문을 걸어 잠근다. 추어탕인데 배추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맑기도 하다. 삶아서 갈아 넣은 살점이 보드라운 배추에 섞여 있다. 뻑뻑하지 않고 시원한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이달 30일까지 영업하고 무려 넉 달을 쉬니 서둘러야 한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9000원.

◇ 방천찌짐 = 배추전을 판다. 배추전은 무미(無味)에 먹는 음식이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듯하지만 갓 부쳐낸 전을 씹으면 배추의 달달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반들반들한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배추 이파리 한 장을 숨죽여 부쳐낸다. 부드럽고 시원한 배추전에 고소한 양념장을 찍어 먹으면 허겁지겁 들어간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길 3. 배추전·부추전 각 3500원.

◇ 외남반점 =‘우거지 짬뽕’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곳이다. 보기에는 여느 붉은 짬뽕 국물인데, 떠먹어보면 시원하고도 구수하다. 짬뽕에 우거지만 넣었다고 이런 맛이 나진 않는다. 매끄러운 면발도 인기에 한몫한다. 외딴 시골에 위치했지만 어찌들 알고 찾아온다. 청정한 식당 옥상에서 우거지를 일일이 널어 말려 쓴다. 그래서 하루 50인분을 다 팔면 영업이 끝난다. 상주시 외남면 석단로 926-1. 7000원.

◇ 합정옥 = 속대국. 이름처럼 배추속대를 쓴 고깃국이다. 양지와 내포를 고아내는 이름난 곰탕집인데 살짝 간을 더하고 부드러운 배추속대를 넣어 끓여낸 메뉴 속대국을 판다. 색만 붉어졌지 여전히 심심한 국물. 속대의 달달한 맛이 녹아들어 속이 편안하다. 고소한 양지 육수가 배추속대의 뽀얀 국물과 어우러져 시원한 맛으로 매조진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1길 21 2층. 8000원.

◇ 남도술상 = 배추쌈을 준다. 과메기에도, 문어와 갑오징어가 수육과 함께 나오는 접시에도 사철 배추쌈이 나온다. 쫄깃한 보쌈을 묵은지와 함께 샛노란 배추 속잎에 올려 먹으면 아삭하고 그리도 달다. 그냥 배춧잎만 된장에 찍어 먹어도 막걸리 안주로 좋다. 상호처럼 전라남도 요리를 파는 주점이다. 당연히 병어와 홍어, 꼬막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몇 집 있다. 파주시 소리천로8번길 60 유은타워2 1동 103호. 야당점. 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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