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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5일(木)
“타다·우버 막더니 심야 택시대란… ‘혁신 모빌리티’ 허용 재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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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가 23일 수원 영통구 아주대 연구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심야 택시대란 해소를 위해서는 차량 공유 등 혁신 모빌리티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현안 인터뷰 -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택시업계 보호 명목 기득권 눈치
정부 안일한 정책에 예견된 사태

처우·사회적 인식·비전 등 최악
기사들 배달·택배 등 이직 급증

신기술 아닌 ‘호출 앱’만 활성화
택시 기사들 되레 수수료 고통

기존 택시산업은 유연성 떨어져
다양한 서비스 모빌리티가 대안


서울의 한 법인 택시회사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최모(57) 씨는 최근 ‘심야 택시대란’의 진짜 이유를 알려주겠다며 평소 가슴에 쌓아 둔 얘기를 쏟아 냈다. 그는 “택시업계의 시스템은 완전 구식이고 처우·사회적 인식·비전 등은 최악”이라면서 “어디 가면 ‘택시기사 한다’는 얘기도 안 한다”고 입을 뗐다. 다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배달·택배 등의 일자리가 급증하자 동료들이 대거 그쪽으로 이동했다면서 조금만 더 젊었어도 진작에 그만뒀을 거라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회사 택시기사 정원이 108명인데 지금 47명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차가 놀면 손해가 커지니 회사도 사람을 뽑으려고 난리인데 아무도 안 온다”고 회사 근황을 전했다.

국내 교통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유정훈(52)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택시기사들의 절규에 택시대란의 모든 원인이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우버·타다 등 혁신 모빌리티의 진입을 막아 택시업계를 우물 안에 가둔 정부의 정책 실패 그리고 때마침 등장한 플랫폼 일자리가 택시기사 급감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유 교수는 교통 관련 이슈가 대두될 때면 적극 목소리를 내며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인터뷰 요청에 오히려 “택시대란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할 만큼 교통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유 교수를 지난 23일 수원 영통구 아주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번 택시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사태가 더 부각됐을 뿐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한마디로 택시기사가 급감하며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에 이를 해소할 택시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인데 시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혁신 모빌리티의 진입을 막아온 정부의 정책 실패와 여전히 1960∼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택시업계의 시스템 문제를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모빌리티 규제가 정책 실패라고 판단한 이유는 뭔가.

“택시산업은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고 근로 요건이나 처우가 열악하다. 이를 대체할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든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들의 진입을 막았다. 기존 택시업계 보호라는 명목하에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진도를 빼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존 택시산업만 있을 뿐 우버도 타다도 없다.”

―타다와 우버 등의 시장 진입 실패가 택시대란과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건가.

“모빌리티라는 신기술의 강점은 플렉시블(flexible), 즉 유연성에 있다. 여름이나 겨울에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 발전량을 함께 늘려 대응하듯 교통도 어떻게 하면 피크 시간대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공급과 수요를 잘 맞추는 것만으로도 가격을 안정시키고 고객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인과 법인으로 구성된 기존 택시는 정해진 차량 수 내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직접 손님을 태우거나 콜이 들어오면 손님을 받는 방식으로밖에 영업할 수 없어 플렉시블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모빌리티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 이런 수요와 공급을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은 깔끔한 차량 실내와 편안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며 사업을 접었다. 차량을 공유해 서비스하는 우버도 마찬가지다.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 퇴근 후 오후 9∼10시 사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부업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고, 심야 택시대란을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콜이 들어올 때 초단기로 일을 하면 된다. 예전에는 기술이 없어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기술력이 있는데도 정부가 길을 막고 있다.”

▲  서울시가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심야택시 공급을 늘리기로 한 첫날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탑승장에서 개인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일자리로 인력이 대거 유출된 것도 변하지 않는 택시업계의 시스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플랫폼 일자리도 자신이 원할 때 일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게 핵심인데 모빌리티만 규제하다 보니 택시기사들이 택배·배달업계로 빠져나갔다. 우버와 배달 파트너의 개념은 똑같다. 새로운 모빌리티들이 우리 산업에 뿌리내렸다면 아마도 이탈한 택시기사들이 다른 형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개인이나 법인 소속으로 일하는 것이 아닌 자차, 혹은 공유 차량을 갖고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활성화되면 출근시간 카풀, 퇴근시간 공유 차량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차량의 90% 정도는 그냥 서 있기만 하는데 이것을 왜 공유하면 안 된다는 건가. 택시업계도 과연 모빌리티의 진입을 막는 것이 최선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진입을 반대해 지금 활성화된 것이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 콜서비스인데 이건 사실 신기술도 아니다. 그저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콜을 받아주는 것인데 이제는 플랫폼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기술도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요인으로 꼽히는데 우리의 대응 수준은 한참 못 미치는 것 같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2030년 이후면 의미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들이 나올 텐데 그때 가면 일자리의 존폐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를 향해 반대 시위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모빌리티 진입 허용과 자율주행차 도입 등을 놓고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이 지금부터 국가 전략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향후 사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뿐이다.”

―인력 유출을 야기하는 택시업계 내부의 문제는 뭔가.

“택시총량제로 인해 정부가 개인택시 면허를 관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전국 택시의 3분의 2 정도가 개인택시인데,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려면 택시 운전자들이 법인택시로 경력을 쌓은 후 개인택시 면허를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보통 거래되는 금액이 수천만 원이고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는 1억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택시 운전자들이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인력 순환이 안 되다 보니 개인택시 면허 보유자 상당수가 고령자고, 이들이 체력적인 이유로 야간 운행을 잘 하지 않아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 귀가시간에 택시대란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 사납금 문제, 법인 택시기사 월급제 문제, 택시요금 인상 문제 등이 업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결국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모두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택시대란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인력을 흡수할 방안이 없다면 문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모빌리티 진입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신기술이 낯설고 경쟁이 두렵다고 해서 변화하는 흐름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버나 타다에 대해 정부가 진입을 막았더라도 이후 추가적인 소통 창구를 남겨뒀더라면 지금쯤 훨씬 좋은 대안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을 이기는 사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운송수단은 모빌리티 시대로 넘어갈 텐데 이에 대해 미리 준비한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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