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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신보영 국제부장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6일(金)
글로벌 경제 新체제와 文정부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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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亞 찾은 美 상무장관·무역대표
동시 방문 日에서 ‘새 틀’ 언급
日 핵심, 臺·印 동참 체제 구축

삼성 李 “냉혹한 현실” 실감 속
文정부와 대선후보 정쟁 몰두
8위 무역국 韓 내년 경제 우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8∼22일 방한 기간에 한국 정부 주요 관계자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대표까지 두루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비슷한 기간에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연쇄 방문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러몬도 장관과 타이 대표의 아시아 ‘동시 출격’이었다.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처음 동반 참석한 이후 미국의 무역 담당 핵심 인사 2명이 아시아를 택한 것이다.

러몬도 장관과 타이 대표의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단연 일본이다. 러몬도 장관과 타이 대표는 지난 15일 일본을 함께 방문한 이후 타이 대표는 한국·인도로, 러몬도 장관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이동했는데, 이들은 일본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복귀 대신 “내년 초 인도·태평양에서 동맹 및 파트너를 규합한 새로운 경제 틀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일본 제안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새 경제 틀 구축에서도 일본이 핵심 요소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미국 구상의 종착역은 대만과 인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이 12월 초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만을 공식 초청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제2차 미·대만 경제 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를 열고 반도체 공급망 협력과 대중 압박 공동 대응 필요성을 확인했다. 같은 날 타이 대표는 인도에서 양국 간 무역·기술 공급망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중 경쟁 격화 속에서 지정학에 기반해 안보와 경제의 결합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확실하다. 팬데믹은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현상을 속속 낳고 있다. 재택근무라는 경제활동 방식과 재난지원금으로 대표되는 경기 부양이 팬데믹 원년의 글로벌 현상이었다면, 2년째로 접어든 올해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때아닌 구인난 및 식량난,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에너지 수급 차질까지 거의 전방위 분야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 경제 활성화와 가상화폐까지 가세해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구축한 경제모델의 균열도 커진 가운데, 지금 미국의 행보는 ‘포스트 팬데믹’ 경제모델 구축 차원 성격이 강하다.

이에 기업들이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2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주먹구구식이거나 무관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요소수 부족 사태와 관련, 문제를 초래한 중국에 읍소해 간신히 풀었지만, 향후 유사 사태에 대비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징벌적 성격의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비생산적 논란만 가득하다.

내년 5월 차기 정부가 출범해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더 문제다. 주요 후보 모두 세계 8위 무역대국인 우리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글로벌 경제·무역 체제 변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환성장·공정성장’을 키워드로 한 ‘국가주도성장’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新)경제·무역 체제와는 대척점에 있어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주도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아직 각론이 없다.

5년여 만에 미국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4일 귀국 일성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장관조차 최근 방문한 뉴욕의 IBM 연구소 브리핑에서 “양자컴퓨터 개발 지원에서 독일·일본·중국의 수치는 기록돼 있지만, 한국은 공란이었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체제 구축 참여를 꺼리는 사이, 대선 후보들이 ‘편 가르기’와 상대편 공격에 몰두하는 사이에 세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팬데믹 장기화와 공급망·에너지 대란에 더해 대선 정국 혼란까지, 내년 한국경제가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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