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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7일(土)
끝내 5·18사죄 외면한 전두환 ‘한줌 재’로…숙제만 남긴 닷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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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발인 (서울=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1.11.27 [공동취재]
‘안하니만 못한’ 부인 이순자의 15초 ‘대리 사과’…황량한 마지막길
5·18 진상규명 과제로…민주, ‘미납 추징금 집행’ 법안 추진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참회도 없이 27일 90세를 일기로 한 줌의 유골이 됐다.

군사 반란을 통한 집권, 5·18 유혈 진압, 철권통치와 인권 탄압, 천문학적 비자금 축재 등 숱한 사건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 5·18 빠진 15초 ‘대리사과’…진상규명은 계속

조문 내내 침묵하던 유족은 때늦은 ‘대리 사죄’를 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 씨는 이날 영결식에서 유족 대표로 나와 “오늘 장례식을 마치면서 가족을 대신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죄의 뜻을 밝힌 시간은 15초였다.

끝내 5·18 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사죄는 없었다.

이씨는 5·18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과의 대상도 적시하지 않고 뭉뚱그렸다.

전씨가 생전 “5·18과 관련이 없다”거나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비슷한 태도였다.

당장 5·18 관련 단체들은 “진실성이 없다. 분위기상 면피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이씨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취재진과 만나 “5·18 단체들이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씨가) 5·18과 관련해 말한 게 아니라 분명히 재임 중이라고 말했다”고 못박았다.

재임 중(1980년 9월∼1988년 2월)에 시위하거나 경찰의 고문에 의해 사망한 학생 등에 대한 사과를 담은 것이라고 민 전 비서관은 덧붙였다.

민 전 비서관은 “전씨가 재임 중일 때 여러 과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한테 사과한다는 말은 회고록(2017년 4월 출간)에도 있고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며 “처음으로 사과했다는 것은 뭘 잘 모르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1988년 백담사 은거에 들어갈 때나 1989년 국회 ‘5공 청문회’ 때도 비슷한 취지의 사과를 했다고도 민 전 비서관은 강조했다.

전씨 측이 5·18 탄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가운데 그 장본인인 전씨가 떠났어도 관련 진상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5·18 진실을 조사해 국가 보고서 형태로 5·18의 전모를 기록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도를 개정해 956억원에 달하는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5일의 가족장…황량했던 전두환 마지막길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손에 넣은 뒤 들끓는 민주화 요구를 군홧발로 잔인하게 짓밟았던 전씨였다. 그렇게 권력의 정점을 누렸던 전씨의 마지막길은 황량했다.

통상 전직 대통령 빈소에 줄을 잇던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없었다.

국가장이 아닌 5일의 가족장으로 23∼27일 치러진 장례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 인사의 발길이 전무했다.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등 여야 대권 주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조문 대신 조화만 빈소에 보냈다.

현역 국회의원 295명 중에서는 5명만이 발걸음했다.

한때 전씨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의원, 김기현 원내대표, 박대출 의원, 김석기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5명이 조문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국민의힘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조문하기도 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들 대신 그 가족이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2인자였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빈소를 찾았다. 전씨는 지난달 26일 노 전 대통령이 별세한 지 불과 28일만에 사망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도 조화를 보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홍업 전 의원은 조문 대신 근조 화환을 보냈다.

구속 상태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름 세글자만 새겨진 조화를 보냈다. ‘박근혜 가짜 조화’가 먼저 도착해 황급히 치워지는 소동도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근조화환도 빈소에 놓였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고인에게 재임 당시 뇌물을 준 재벌 총수의 2·3세들이 추모의 뜻을 전한 셈이다.

◇ 마지막 순간에 모여들던 5공 ‘그때 그 사람들’

장례 기간 내내 전씨의 빈소를 지키던 사람들은 5공 인사들이었다.

5공 말기 2인자로 꼽혔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닷새 내내 빈소에 머물렀다. 성성한 흰머리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핵심 실세로 꼽혔던 ‘쓰리(3) 허’ 중 한 명이던 허화평 전 의원도 영결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는 1982년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당시 전씨의 친인척 공직 사퇴를 건의하면서 전씨와 멀어졌고 그해 말 청와대를 떠났다.

허 전 의원은 ‘고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제가요? 많이 섭섭하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군부 막내’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등 하나회 출신이자 12·12 군사반란 획책에 가담했던 인사들도 빈소로 모여들었다.

극우 지지자들이나 보수 유튜버들이 주로 조문 행렬을 이어갔다.

이들과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씨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9번 화로’에서 화장됐다. 유해는 장지가 정해질 때까지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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