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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9일(月)
때론 망가지고 웃기지만 물러서지 않는… ‘소통의 신세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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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에서 ‘용진이형’으로 통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기업 총수로는 전례 없는 과감한 소통으로 새로운 ‘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 Leadership 클래스

- ‘괴짜 리더십’에 젊은 세대도 열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코엑스 새단장·프로야구단 등
항상 꿈꾸면서 저돌적인 도전
정치적 성향도 숨기지 않으며
SNS 논란 자초해 팬덤 형성

고릴라 캐릭터와 사업연계 등
“치밀한 노이즈 마케팅” 분석도


정용진(53)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빨간색 카드 지갑과 빨간색 로고가 새겨진 ‘잭슨피자’ 상자를 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 마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PB)인 ‘피코크’의 잭슨피자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때아닌 반공(反共)논란이 벌어졌다. 곧바로 친여당 성향의 인터넷커뮤니티에선 정 부회장이 반중(中)·반북(北) 성향을 보였다며 신세계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을 거론했고 일부 온라인 미디어들도 정 부회장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노빠꾸’(‘남들이 뭐라든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신조어)였다. 이후에도 “난 콩(공산당) 상당히 싫다” 등의 글을 수차례 올리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재계에서 정 부회장 같은 오너 기업인은 없었다. SNS 망을 통해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즐기고, 때로는 자신을 망가뜨려 남을 웃긴다. 댓글로 시비를 걸면 비속어와 반말로 ‘맞짱’ 뜬다. 72만 젊은 팔로어는 ‘용진이형’이라 부르며 열광한다. 정 부회장이 공격을 받으면 정 부회장과 신세계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정 부회장의 ‘괴짜’ 리더십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늘 꿈을 꾼다 =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등과 우주여행 경쟁을 벌이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보면서 한국의 정 부회장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았다. SNS로 논란을 자초하고 정치적 성향을 숨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늘 꿈을 꾸며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것이 흡사하다. 승부사적 기질도 엇비슷해 보인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테슬라, 아마존닷컴, 버진그룹, 신세계그룹 등의) 총수는 자신의 이상을 굉장히 소중히 하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총수들의 이러한 이상에 반해 단순 고객이 아니라 팬이 된다”며 “앞으로 기업인의 이상과 팬덤 형성은 고객 기반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것’을 계속 만들고 싶어 한다. 낙후됐던 서울 강남 코엑스 운영권을 인수해 별마당 도서관 등을 세워 한국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것도 정 부회장의 상상력 덕분이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전 SK 와이번스) 인수와 인천 청라 돔구장 건설 추진,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를 벤치마킹한 경기 화성 국제테마파크 건설 추진 등은 정 부회장이 꿈을 꾸는 기업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 부회장은 꿈을 실현하는 사업 앞에서 더 대범해진다. 한번 확신을 가지면 돈은 두 번째 문제로 넘기는 승부사다.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얼마에 사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 보고하지 말라. 우리가 이베이를 인수해서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는지만 계산해서 나한테 갖고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꿈을 꾸면 반드시 이뤄야 한다 = 정 부회장은 숫자보다 사업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다. 수익보다 꿈꾸는 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한때 알짜 기업인 스타벅스코리아를 매각하는 안을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매장 내에서 우리 고유 간식인 떡을 팔고 싶었다. 그러나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허락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데 수백억 원을 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낙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일반 대중에겐 옆집 아저씨나 동네 형 같은 이미지이지만 승부 근성이 강해서 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꿈을 꾸면 반드시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재야의 중화요리 고수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요리를 배운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이전엔 설거지도 안 해본 간 큰 남자였다. 그가 요리를 시작한 것은 독특하게도 ‘냉족발’을 너무 좋아해서다. 냉족발 맛집을 찾지 못한 정 부회장은 어느 날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중식에 푹 빠져들면서 유튜브의 유명 셰프들과 장안의 고수들을 찾아가 비법을 배웠다. 이렇게 해서 정 부회장은 12가지 중식 코스를 4시간 만에 뚝딱 만드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집안 교육을 잘 받은 사람 =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배려심 많은 어머니(이명희 회장)와 모험심 강한 아버지(정재은 명예회장)를 절반씩 닮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다수 기업이 임원 임금 삭감에 나서자 신세계도 이명희 회장에게 임금 삭감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것이냐. 그렇다면 내 사재를 내놓아 해결하는 게 맞는다”면서 막아 세웠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한번 쓰기로 한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는데 외할아버지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이명희 회장을 거쳐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정재은 명예회장도 모험심 하나는 대단했다. 지난 2006년 67세 나이로 국내 첫 우주인 선발에 지원해 화제가 됐다. 당시 밝힌 도전 이유는 “우주정거장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우주정거장에 올라간 나를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였다.

정 부회장은 부모의 영향을 받아 임직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이 보고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설 때면 늘 문 앞까지 배웅하고 인사를 깍듯하게 한다. 평사원들에게도 반말하는 경우가 없다.

정 부회장이 구단주인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걸려있던 지난 10월 27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간판스타인 3루수 최정 선수가 경기 초판 실책을 범해 대량 실점을 내주며 경기 흐름이 기울었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 걱정돼 조용히 경기장을 찾았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SNS에 최 선수에게 메달을 건네는 사진과 “마이 히어로 최정!”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최정 선수가 의기소침할 것을 우려해서 응원 문구를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의 인성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SNS 편집까지 직접 하는 전략가 = 정 부회장이 SNS 소통에 나선 것은 답답함 때문이다. 모친의 그늘 속에서 경영 수업을 받을 때 만해도 정 부회장은 이처럼 ‘나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통의 갈증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SNS 관리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거나 지인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한 뒤 본인의 언어로 포스팅한다. 편집도 정 부회장이 알아서 한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매우 전략적이며 자신의 SNS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미리 계산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한다. 공산당 논란도 실수가 아니라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앞서 정 부회장이 그를 닮은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Jrilla)’와 옥신각신하며 웃음을 자아낸 이후 신세계푸드가 이 캐릭터를 앞세워 빵집을 오픈했다. 정 부회장은 광고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신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은 의도했든 안 했든 SNS를 통해 젊은 세대의 코드인 ‘거침없음’에 정확히 부합하는 아이콘이 됐다”며 “앞으로 유통시장에서 2030세대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SNS 소통은 경영자로서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유통학회장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정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 오너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이제 신세계그룹의 생사를 좌우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점을 무겁게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적인 감정 표출은 적절히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이희권 기자
e-mail 김만용 기자 / 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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