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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29일(月)
“거리가 장난이 아니네”… 칭찬 가장한 ‘구찌’ 지나치면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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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구찌’는 어디까지

상대 놀리거나 불쾌감 주는 말
분위기 해치게 하는 최악 하수

홀 지나친 퍼팅후 “그린 빠르네”
잘못된 정보유출은 고수의 수법

적절하면 긴장 푸는 ‘약’이나
과하면 라운드 망치는 ‘독’돼


골퍼들끼리 흔히 쓰는 비속어 중 ‘구찌(くち)’가 있다. 입 혹은 말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했으며 신경에 거슬리는 말로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콕콕 찌른다는 의미로 바늘이란 뜻의 ‘니들(Needle)’이나 지저분한 쓰레기 같은 말이란 뜻으로 ‘트래시 토크((Trash Talk)’란 표현을 사용한다.

에티켓을 중시하는 골프이다 보니 공식대회에서 구찌를 찾아보긴 힘들다. 하지만 이벤트 경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현역 최고의 골퍼이자 필생의 라이벌인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자선대회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즈가 먼저 그린에 공을 올려 핀 옆에 붙이자 미켈슨은 공에 맞을 수 있다며 마크를 요구했다. 미켈슨의 공은 150야드나 떨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라이도 좋지 않았다.

우즈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 US오픈 우승 메달 중 하나로 마크해줄까?”라고 물었다. 자신은 이미 3차례나 우승한 US오픈에서 미켈슨이 1번도 우승하지 못한 걸 비꼰 것이다.

이에 질세라 미켈슨이 반격했다. 미켈슨이 “만약 공에 맞으면 다시 쳐도 되냐”고 묻자, 우즈는 “공을 맞히면 그 홀을 이긴 것으로 해주겠다”고 받아쳤다.

이런 말들을 주고받다 보면 누구라도 순간 발끈하게 마련이다. 흥분은 골프에선 최대의 적.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실수가 나오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상대를 놀리거나 상대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구찌는 가장 하수다. 자칫 라운드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상대의 판단을 흐리는 것은 이보다 한 수위다. 실수로 홀을 지나가게 퍼팅해 놓고 “생각보다 그린이 빠르네”, 공을 당겨 퍼팅하고선 “보이는 것보다 경사가 심하네”라고 말하며 헷갈리게 만드는 식이다.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을 환기하는 방법도 있다. 티샷을 준비하고 있는데, 옆에서 걱정해주는 척하며 “오른쪽 해저드를 조심해야겠다”, 그린을 놓쳐 칩샷을 준비하고 있는데 “잘 붙여봐, 보기는 피해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해저드와 보기가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다.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자꾸 흰곰이 연상되는 식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였던 대니얼 웨그너 교수가 발견한 ‘흰곰효과’다. 어떤 생각을 억누르려는 정신적 노력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열이면 열, 공이 해저드를 향하거나 불안한 마음에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게 해 상대를 흔들어놓는 것도 흔한 고수들의 수법이다. “어드레스 때 헤드를 왜 그렇게 닫아 놓고 쳐?” “백스윙할 때 숨을 마시고 하니 아니면 내쉬고 하니?”라고 묻는 식이다. 평소에 별생각 없이 하던 습관이나 행동에 갑자기 신경이 쓰이게 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리듬이 깨지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구찌는 칭찬을 가장한 것이다. “거리가 장난이 아니네” “피니시가 예술이네” 같은 말은 들으면 스윙을 할 때마다 힘이 더 들어가고, 마무리 동작에도 더 신경 쓰인다. “손목의 릴리스 동작이 좋다”든가 “다운스윙 때 힙 턴이 잘 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동작을 언급할수록 더 효과적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내적 주의초점이라고 하는데, 주의가 자신의 몸쪽으로 향할수록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방해한다. 자전거를 잘 타다가 중심을 어떻게 잡는 것인지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는 순간 자빠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구찌를 말발이나 입심 등 우리말로 순화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 더 맛있게 느껴지듯 구찌도 그냥 구찌라 불러야 제맛이 난다. 적절한 구찌는 라운드의 긴장을 풀고 재미를 더하는 양념이 되지만,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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