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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30일(火)
대선용 포퓰리즘 난무…‘퍼주는 정부’ 아닌 ‘플랫폼 정부’ 역할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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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주의 Deep Read - 대선 D-99…美 재건전략의 교훈

바이든, ‘민간 창의 지원·사회경제 기반 강화’ 위한 인프라 구축… 포퓰리즘 아닌 성장 잠재력 확보

이재명·윤석열 공약엔 구체적 성장전략 없이 단기 부양책만… 대증요법 넘어 미래 비전 적극 제시해야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서로 다른 진영으로 갈라져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안정과 번영으로 나아갈지, 대결과 갈등의 혼란 속으로 추락할지를 결정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1년 전 집권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국정 운영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미국 재건전략’으로 통하는 바이든 국정 운영의 핵심은 한마디로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강화하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찾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이든의 실험과 과제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사회적 위기와 더불어 대선에 불복한 일부 과격한 시민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등 역사상 초유의 정치적 혼란을 맞이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통합의 과제를 안고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지난 10개월간 그가 보여준 국정 리더십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다.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민주당 내 여러 정파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후보로 지명됐지만 기대와는 달리 어렵게 대선에 성공했고, 취임 이후에도 국정과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 9월 철저한 계획과 준비 없이 이뤄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서 벌어진 대혼란은 미국 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뿐 아니라 공약으로 내세운 ‘더 나은 미국 재건(Build Back Better)전략’ 프로그램 추진 역시 상원 내 민주당 의원을 설득하지 못해 표류해왔다. 급기야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버지니아주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조차 민주당은 참패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복지·환경 예산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건전략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진용을 가다듬고 있다. 재건전략은 앞서 상원을 통과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전략과 함께 향후 10년에 걸쳐 사회간접 시설의 재정비와 복지국가 체제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재건전략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하는 과제를 완수하고자 한다. 이 정책의 성패가 바이든 국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세계화 전략으로 허약해진 미국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다시 회복해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의 지위를 유지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하원을 통과한 재건전략 프로그램의 일환인 사회복지·환경 예산법안이 상원에서 신속히 통과되도록 정치력을 발휘하는 일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정치적 과제가 됐다.

◇‘재건전략’은 퍼주기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절반씩 양분한 의회 구도에서 바이든의 재건전략이 상원의 동의를 받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1964년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 이후 정부의 최대 지출 사업인 사회경제 재건전략 프로그램에 대해 상원 의원들이 쉽게 지지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열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이 점점 더 강경 보수 편향을 띠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을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바이든의 재건전략이 기업 규제하기, 옥죄기, 재정 퍼주기 같은 ‘큰 정부’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지원하고, 국민을 사회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며 그에 필요한 정책수단을 일관성 있게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건전략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적절한 투자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사회간접자본을 활성화해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도로, 항만, 공항, 전력 등 기간시설의 업그레이드와 인터넷망의 현대화를 통해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동시에 국내 고용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번 재정전략 프로그램은 지역 맞춤형 사업으로 구성돼 미국 전 지역에서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재건전략은 사회간접자본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보, 지역 균형발전, 복지체계 개혁을 통한 사회통합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전략은 ‘큰 정부’론의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적극적 국가’의 역할을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대선과 포퓰리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과 같은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 중이다. 정권교체를 이뤄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후보가 공약·이미지 등에서 포퓰리즘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윤 후보 역시 구체적인 성장전략 없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만 쏟아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후보의 ‘청년 200만 원·전 국민 100만 원’ 공약이나 윤 후보의 ‘소상공인 50조 원 지원’ 공약 등은 이번 대선이 자칫 포퓰리즘 공약 경쟁으로 빠질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대선은 단순히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대증요법’ 식으로 진단하는 것을 넘어, 미래 비전을 적극 제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민간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고 국민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 역할을 찾아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미국 재건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같은, 불필요한 개입과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개인·기업의 자유와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큰 그림이 제시돼야 한다.

이와 함께 지난 5년간 무너진 원자력 발전 생태계를 재구축하고, 육아·보육·노인 돌봄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며, 인공지능·빅데이터 및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이 전국에서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과 유인책을 제공하는 정부의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을 옥죄고 규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밀어주고 지원해주는 ‘플랫폼 정부’가 들어설 때 비로소 조화롭게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방문학자


■ 세줄 요약

바이든의 실험과 과제 : 바이든은 미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극심한 사회 분열과 코로나 대유행,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었으며 이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음. 이에 바이든은 대선 공약인 ‘미국 재건전략’을 강력하게 추진 중.

‘재건전략’은 퍼주기 아니다 : 재건전략은 기업 규제하기, 옥죄기, 재정 퍼주기 같은 ‘큰 정부’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름.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지원하고, 국민을 사회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함.

한국 대선과 포퓰리즘 : 이재명·윤석열 등 대선 후보들은 자칫 포퓰리즘 공약 경쟁에 빠질 우려. 한국의 대선은 바이든의 재건전략을 참고할 필요 있어. 민간에 대한 옥죄기나 퍼주기가 아닌 ‘플랫폼 정부’의 역할을 찾아야.


■ 용어 설명

‘재건전략’, 즉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전략’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전략. 물리적 투자와 인적 투자 등 양대 법안으로 나눠 추진됨.

‘위대한 사회’는 미국의 린든 존슨 행정부가 1964년에 추진한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가난 구제사업. ‘큰 정부’ 모델을 제공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기금 부족을 겪으면서 1966년 이후 소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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