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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30일(火)
‘코로나 마스크’가 벌써 박물관에 ?… 일상, 역사로 보관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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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고 문화유산이 되는 ‘아카이브 시대’를 보여주는 단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역병, 일상’ 특별전에 전시된 코로나19 시대의 천 마스크와 그 제작에 쓰인 재봉틀, 배달 대행업체에서 쓰는 가방, 최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떡 만들기’ 장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역병,일상’ 展
근대 선조들의 역병 극복 자료
코로나 위생키트·구호품 전시
아카이브 시대의 단면 보여줘

떡 만들기 등 무형문화재 지정
진해 등 옛도심 문화공간 등록
최근 가까운 과거 유산에 관심


글·사진 = 오남석 기자

‘아니, 이런 것도 박물관에?’

지난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문을 연 ‘역병, 일상’ 특별전에서 의외의 전시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처용탈이며 조선시대 약재를 보관하던 약장, 부적을 찍어내는 부적판, 역병을 쫓는 그림이나 굿 용품 등을 지나자 코로나19와 관련된 사투의 흔적들이 나왔다. 격리자에게 지급됐던 위생키트와 구호물품, 의료진과 방역인력이 사용한 방역복과 각종 장비, 기부용 천 마스크와 그 제작에 쓰인 재봉틀, 비대면 환경 속에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배달업체의 배달통 등이다. 단지 들러리용이 아니었다. 확진자 밀접 접촉자가 쓴 ‘자가격리자의 그림일기’나 팬데믹 와중에 혼사를 알리게 돼 송구한 마음을 전하는 청첩장, 최일선 의료진에게 전달된 감사 엽서 등은 각각 16세기와 18세기 조선에 닥친 역병의 참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록한 ‘묵재일기’나 ‘노상추일기’와 대응하는 듯했다.

‘역병, 일상’ 특별전의 풍경은 일상의 기록이 역사가 되고 문화유산이 되는 ‘아카이브 시대’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어느 시점에 고정된 유물뿐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일상의 사물이나 의례, 풍습 등도 박물관 전시품과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속박물관은 내년 2월 말 특별전이 끝난 뒤에도 코로나19 관련 전시품을 보존처리를 거쳐 보관할 계획이다. 이건욱 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30일 통화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X’라는 표현을 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정체를 모르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닥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아카이브가 2020~2021년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전염병에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역사에 주목하는 흐름은 비단 박물관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풍습이나 공예, 의례 등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문화재청이 최근 ‘떡 만들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떡은 한국인이 일생 동안 거치는 각종 의례와 행사 때마다 만들어 나눠 먹는 음식으로 ‘나눔과 배려’ ‘정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며, 공동체 구성원 간의 화합을 매개하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밝혔다.

‘떡 만들기’처럼 온 국민이 전승·향유해 온 일상의 문화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다 보니,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김치 담그기와 장 담그기, 막걸리 빚기, 온돌문화, 아리랑, 씨름, 전통 어로 방식, 인삼 재배와 약용 문화 등 앞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도 이와 마찬가지다.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과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전·관리 및 활용법(근현대문화유산법)’ 추진도 일상의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개항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격변을 함께한 건물이나 시설, 유물들이 문화재로서 가치를 평가받기도 전에 훼손되거나 폐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화재청은 최근에도 충남 서천군 판교마을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에 있는 근현대 시기 산업화와 도시화 관련 건물 및 시설을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했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새로운 것에 의해 대체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이를 보존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욱 과장은 “‘택시 미터기를 꺾는다’는 표현을 낳은 택시 미터기를 이제는 구할 수 없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공산품은 순환이 매우 빠르다”며 “모든 걸 보존할 수는 없지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물건을 체계적으로 남기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유럽 국가 등에선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잘 개조해 계속해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건물을 보려고 해외여행을 가면서 정작 우리 유산을 쉽게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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