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대응 강화 밝힌 경찰, 실탄 쏴 체포

빌려준 돈 못 받아 지인에 앙심
50대 남성 흉기 휘두르며 저항
警, 테이저건·공포탄후 실탄 3발
일각선 “과잉 대응 우려” 지적도

김성훈 기자, 김해=박영수 기자

경남 김해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50대 남성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검거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과감한 물리력 행사’를 주문한 지 일주일 만에 실탄 검거 사례가 나왔다. 경찰의 총기사용 강화에 대해서 과잉대응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해 서부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50대 남성 A 씨를 체포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4시 51분쯤 김해시 진례면의 한 공장에 무단침입해 잠금장치를 부수고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회사 직원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서부서 소속 경찰관 2명이 검문을 시작하자 A 씨는 갑자기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당시 길이 30∼70㎝짜리 사제 도검 3점을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압을 위해 경찰관 1명이 먼저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쐈지만, 효과가 없었다. A 씨는 되레 공장 출입문 유리를 깨부수고, 사무실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이후 다른 경찰관 1명이 체포 경고와 함께 공포탄 1발을 먼저 쏜 뒤, 허벅지를 향해 연달아 권총탄 3발을 쏴 A 씨를 붙잡았다. 2발은 A 씨를 스쳐 지나갔고, 1발이 허벅지를 관통했다. A 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장 주인에게 받을 돈이 있어 침입했다”고 진술했다.

이번 경찰의 체포는 김 청장이 지난달 24일 전국 경찰에 적극적인 물리력 사용을 권장한 뒤 현장에 총기가 동원된 첫 사례다. 경찰 수뇌부는 인천·서울 등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 사건 부실 대응의 개선책으로 현장 대응력 강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앞으로도 흉기 난동 등 유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실탄을 발사해 피의자를 제압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훈련 없이 총기를 사용할 경우, ‘과잉 대응’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검거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 불상사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기는 삼단봉 등 다른 도구로 범인을 제압하지 못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민감사건(신변보호·여성대상 범죄, 아동학대 등) 전담대응반’을 신설해 신고·범죄 이력을 확인하고 위험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지역경찰·여성 청소년·교통·형사 위주 경찰관 50명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운영, 현장 목소리도 반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