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화학무기·2차대전 핵무기 ‘인류위협’ 인식…이후 통제장치 마련 속도

■ What - 주요 대량파괴무기 금지조약

핵확산금지 NPT, 1970년 효력
생물무기 관련 BWC는 1975년
화학무기금지 CWC 1997년 발효
韓, 세개 다 가입… 北은 BWC만

전쟁 무기 고도화에 세계 각국은 인류 전체를 파멸로 몰 수 있는 무기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통제장치로 각종 국제협약을 만들어냈다. 핵무기에 앞서 인류가 위협을 느낀 것은 생화학무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처음 영·불 연합군을 상대로 화학무기인 염소가스를 사용했고, 연합군도 같은 방식으로 보복해 사망자만 10만 명, 부상자 또한 130만 명에 달했다.

종전 후 참전국들은 생화학무기의 위험성을 인식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네바의정서’를 1925년 체결했지만 구속력이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앞서 세계 각국은 적국 전체를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화학무기를 비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복이 두려워 중국·에티오피아 등 일부 전선을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복 능력이 없는 국가에 대해서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는 상존했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에 앞서 생물학무기에 대한 통제장치도 마련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만주 일대에서 731부대를 설치해 인체 실험을 통한 세균전을 진행하는 등 생물학무기는 반인륜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컸다. 세계 주요국은 이에 1972년 4월 런던·모스크바·워싱턴에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각각 서명했고, 1975년 3월 발효됐다.

화학무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에서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20세기 후반까지 세계 각국이 꾸준히 비축했다. 하지만 1991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모든 화학무기를 무조건 폐기한다고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1992년 9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화학무기의 생산·비축·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채택했고, 1997년 4월 발효됐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BWC·CWC와 함께 세계 주요 대량파괴무기 금지조약 중 하나로 꼽힌다. 1945년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한 후 세계 주요 국가는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인류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식했다. 1968년 3월 미·소 양국은 제네바 군축회의에 NPT 공동 초안을 제출했고, 같은 해 6월 유엔총회에서 동 초안이 채택된 후 1970년 3월 발효됐다. 한국은 BWC와 CWC, NPT 모두 가입했으며 북한은 BWC에만 가입됐다. 하지만 북한은 각지에 생물학무기 개발·비축 시설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85년 구소련의 요구로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빌미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NPT에 복귀했다가 2003년 탈퇴를 선언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