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서 작가에 보상금”…‘공대권’ 논의 첫발 뗐지만 재원 갑론을박

  • 문화일보
  • 입력 2021-12-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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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책 무료 대출로 인한 매출 손실을 보상해주는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대상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쟁점이 많아 실제 도입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15∼20회 대출이 이뤄질 때
책 한 권 값의 보상금 지급
필요예산 200억~300억 추산
황희 장관 국감서 “적극 검토”

“출판사가 적립” vs “정부예산”
재원조달·지급대상 싸고 진통


지난달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현장. 질의자로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판계 숙원 사업인 ‘공공대출보상권(공대권)’ 문제를 언급했다. 공대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도서관의 책 무료 대출로 인한 매출·인세 손실을 고려해 작가와 출판사 등에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출판계는 독서 인구 감소로 위축된 시장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저작권에 대한 합당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공대권 도입을 통해 위기에 놓인 출판 시장을 살려야 한다”며 “책 판매대금의 0.3%를 적립해 재원 마련을 위한 출판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영화 관람료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한 김 의원의 아이디어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예결위 회의를 계기로 공대권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며 실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래방 사업자가 대중가요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도서 공대권을 통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출판계의 요구에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제도 취지에는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대상, 적용 범위 등 세부 쟁점이 많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용역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며 “해외 사례를 검토한 보고서를 토대로 작가·출판계·도서관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접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매대금 일부 적립” vs “정부 예산으로 충당”

현재 해외에서 공대권 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는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호주 등 34개국이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선 대만이 지난해 최초로 도입해 2022년까지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해외 사례를 감안할 때 국내에 공대권이 도입되면 대략 도서관에서 15∼20회 안팎의 대출이 이뤄질 때마다 책 한 권 값에 준하는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연간 200억∼3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보상금을 ‘대출 횟수’만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독자 호응이 높은 베스트셀러 도서가 보상금을 독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출판계의 우려다. 김선식 한국출판인회의 저작권위원장은 “보상금 지급이 출판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대출 횟수와 전국 도서관의 해당 도서 보유량을 함께 고려해 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며 “공대권을 시행 중인 국가의 30∼40%가 대출 횟수와 도서 보유량을 일정 비율로 반영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출판계는 일단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기금에 적립하는 ‘김승원 의원안(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책을 팔아 챙기는 수익이 당장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기금 적립으로 손실이 발생한 출판사들이 책값을 인상할 경우, ‘도서관 이용자’가 아닌 돈을 주고 책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출판계와 작가단체는 정부 예산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권을 운영 중인 국가들의 경우 일부는 중앙정부, 일부는 중앙정부·지자체 예산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수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정부 예산으로 공대권을 시행하더라도 도서관의 책 구입비 총액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보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예산 논의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도서관을 통한 ‘홍보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에 관한 실증적 연구’ 논문을 쓴 이흥용 국회도서관 과장은 “출판사와 작가들은 무료 대출로 인해 매출·인세 손실을 입지만, 한편으로는 도서관을 통해 책이 알려져 구매로 연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출판사·작가와 정부·도서관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예산 조달 주체와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출판사 외에 번역자·삽화가도 보상금?

보상금 ‘지급 대상’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쟁점이다. 해외의 경우, 그리스·노르웨이·스페인은 저자에게만 지급하고 있고, 대만과 벨기에처럼 저자와 출판사에 지급하는 국가도 있다. 독일·프랑스·호주 등은 저자·출판사에 더해 번역자나 삽화가에게도 일부 몫을 준다. 지급 대상을 확정해도 보상금 분배 비율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공대권을 시범 운영 중인 대만은 저자와 출판사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저자와 출판사가 7대 3의 비율로 돈을 나눠 갖는다. 이와 함께 공대권 적용 범위를 △종이책에 한정할지 혹은 전자책·오디오북도 포함할지 △국립·공공도서관으로 제한할지 혹은 학교·전문도서관까지 넓힐지 등도 합의가 필요한 쟁점들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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