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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3일(金)
“춤은 결국 ‘자기 몸’에 대한 공부, 주체적인 삶 사는 토대 되는 것…다음엔 ‘머스크와 화성 춤’ 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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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치밴드, 콜드플레이, 구찌 등 다양한 아티스트·기업과 협업하며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김보람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이 지난달 19일 신작 공연 ‘얼이 섞다’가 펼쳐지는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M 인터뷰

- ‘범 내려온다’ 이후 글로벌 화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

완도서 상경, 백업댄서 활동
대학입학 후 현대무용 전향

“2 ~ 3일 연습한 ‘범 내려온다’
대중 열광적 반응에 얼떨떨
전통·현대 이질적 요소 섞인
정체불명 느낌 신기해한 듯…
콜드플레이가 인스타 쪽지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아”
BMW·구찌와도 잇단 작업


‘김보람’은 현대무용계의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2007년 창단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인 그는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 홍보 영상에 참여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로 부상했다. 이미 무용계에선 ‘바디 콘서트’ ‘인간의 리듬’ ‘피버’ 등으로 이름난 예술가였지만, 기상천외한 의상과 ‘B급 정신’으로 충만한 막춤을 담은 영상이 누적 조회 수 6억 뷰를 돌파하며 ‘글로벌 춤꾼’이 됐다. 지난 6월엔 세계적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뮤직비디오를 찍은 데 이어 BMW·구찌 등 명품 기업과 협업하며 한국 현대무용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향토 민요를 현대적 안무로 재해석한 신작 ‘얼이 섞다’ 공연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경기 고양어울림누리에서 김보람 예술감독을 만나 삶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창단 15년 만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이런 성공을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무대에 올리는 자체 공연은 1년 가까이 준비하지만, ‘범 내려온다’ 영상은 2~3일 연습하고 찍었다. 그냥 ‘편하고 재밌게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얼떨떨했다.”

―대중이 뜨겁게 반응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 등 ‘이질적 요소’가 섞인 정체불명의 분위기를 신기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애매모호한(ambiguous)’이란 뜻의 무용단 이름에 걸맞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살피며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작품을 만든 게 주효했다고 본다.”

―이질적 요소를 조화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비롯됐나.

“춤을 추고 싶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전남 완도의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전통적 정취를 품은 자연 풍경, 강물 소리 같은 것들이 기억에 스며 있다. 초등학교 시절 고향에서 찍은 영화 ‘서편제’를 뒤늦게 보며 ‘저런 공간에서 살았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새삼 느끼기도 했다. 완도에 살다 올라오니 서울은 문화적 충격을 안길 만큼 화려한 도시였다. 첨단 도시의 일상에 익숙해질 무렵부터는 ‘미래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봤다. 시골과 도시, 자연과 기술에 얽힌 추억과 흥미가 작품에 녹아든 것 같다.”

김보람은 상경 후 스트리트 댄서, 엄정화·이정현 등 유명가수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다 서울예대 현대무용과에 진학했다. 난생처음 접한 체계적인 교육은 돈을 벌기 위한 ‘생존 춤’만 알던 그에게 훨씬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는 졸업 후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무용단에 들어가며 현대무용가로서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했다.


―스트리트·방송 댄서에서 현대무용가로 전향한 건 어떤 결심 때문이었나.

“사실 처음엔 방송 댄서로서 더 큰 무대에 서고 싶었다. 마이클 잭슨 같은 스타와 작업하는 꿈을 이루려면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학생이 되면 손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런데 훌륭한 스승과 동료들로부터 자극을 받으며 ‘플레이어’로서 몸을 흔드는 것만큼 안무를 직접 ‘설계’하는 작업의 희열을 알게 됐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창단 이듬해 ‘에브리바디3’로 CJ 영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을 때 현대무용가로 안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쌓은 ‘자양분’이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든 것 같다. 당신에게 장르란 뭔가.

“스트리트 댄스, 발레, 현대무용, 전통 무용 등 사람들이 정해놓은 구획과 경계에 구애받지 않으려 한다. 장르는 ‘이 바닥’ 종사자들의 불필요한 선 긋기로 굳어진 것이다. ‘좋은 안무’와 ‘나쁜 안무’가 있을 뿐, ‘우월한 장르’와 ‘열등한 장르’는 없다.”

올여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은 승승장구하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이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세계 관객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물든 행성을 탐험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열광했고, 이를 통해 쌓은 인지도는 BMW·구찌의 러브콜을 받는 토대가 됐다.

―콜드플레이의 제안을 받고 ‘사기’인 줄 알았다고.

“인스타그램 쪽지로 연락이 왔는데, 누가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다. 믿기 어려울 만큼 기뻤지만, ‘들러리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사실 대중음악계에서 ‘댄서’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존재다. 가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조력자처럼 여겨진다. 현대무용으로 노선을 바꾼 이유 중 하나도 ‘백업’이 아닌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다행히 크리스 마틴(보컬)이 ‘우리가 앰비규어스 영상에 출연한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줘 안심하고 참여했다.”

―BMW나 구찌 같은 거대 자본과의 컬래버레이션이 독보적 개성을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있는데.

“누구와 작업하든 안무는 물론 의상과 촬영 공간까지 깊숙이 개입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핵심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함께 일하지 않는다. ‘주어진 세팅’ 안에서 춤만 추는 건 거부한다는 얘기다. 관건은 안무의 독창성일 뿐 명품 기업의 상업광고에 참여한다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전방위적 활동 범위에 비해 방송 출연은 뜸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몇 년 전부터 TV 예능이나 토크쇼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거절한다. ‘범 내려온다’로 잠깐 떴다고 여기저기 얼굴 내비치며 유명한 ‘셀럽’처럼 행세하고 싶지 않다. ‘김보람’이라는 이름이 아닌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보람은 무용교육혁신위원회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를 비롯해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배우 박상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몇 달 전 “초중등 예술 교과에 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왜 무용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까.

“사람은 ‘춤을 추는 이’와 ‘춤을 안 추는 이’로 나뉜다. ‘화려하고 멋진 동작만 춤’이라는 선입견 탓에 많은 사람이 춤과 멀어졌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으면 이런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춤이란 건 결국 ‘자기 몸’에 대한 공부다. 모든 춤은 ‘안’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자기 몸을 알아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신체를 파악하고 느끼는 것은 주체적 삶을 사는 토대가 된다. 무용 교육은 정해진 루트만을 따라가도록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에 균열을 낼 수 있다.”

김보람은 지난달부터 신작 ‘얼이 섞다’를 선보이고 있다. ‘어리석다’의 어원인 ‘얼이 썩었다’에 담긴 부정적 의미를 여러 요소가 섞인다는 긍정적 가치관으로 재해석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힌 향토 민요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힙한 춤이 만나는 무대는 4일 천안예술의전당에서 마무리된다.

―‘얼이 섞다’ 이후 계획은.

“일단 12월은 무조건 쉰다. 무용단 창단 때부터 한 달 휴가를 원칙으로 삼았다. 재충전한 뒤 내년 2월 ‘마이 리틀 앰비규어스’라는 새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시청자가 방송에 참여하는 TV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일반인들이 안무 설계부터 의상까지 아이디어를 내면 우리 무용단이 ‘그럴듯한’ 공연으로 구현되도록 조력하는 형식이다. 예술은 예술가만의 영역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싶다. 물론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인기에 올라타 무용의 대중적 저변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다.(웃음)”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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