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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3일(金)
희망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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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스님, 화계사 교무국장

나치 수용소서 살아남은 학자
아내 보고 싶은 희망으로 버텨

27년동안 감옥에 갇힌 만델라
손녀 이름을 희망이라 지어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희망이 있는 한 살아낼 수 있어


‘연못에 개구리 세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는 연못을 나와 밖에서 놀다가 우유가 담긴 큰 통을 발견했습니다. 우유 통에 풍덩 뛰어들어 실컷 놀던 개구리들은 다시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도저히 통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첫 번째 개구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유에 빠져 죽었습니다. 두 번째 개구리는 오랜 시간 헤엄을 치며 버텼지만 결국 자포자기하고 우유에 빠져 죽었습니다. 혼자 남은 개구리는 헤엄을 치며 끝까지 버티고 버텼습니다. 온몸이 탈진해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쉬고 싶었지만, 끝까지 버텼습니다. 순간 개구리 뒷발에 무언가가 닿았습니다. 맙소사! 통 속에서 헤엄을 치면서 우유를 헤집다 보니 버터가 생겨난 것입니다. 개구리는 점점 단단해진 버터 덩어리를 박차고 결국 우유 통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즐겨보던 우화 속 이야기다. 고난 속에서 희망을 포기했던 개구리 두 마리는 죽고 말았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갖고 노력한 세 번째 개구리는 고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얻었다. ‘포기하지 않는 개구리가 버터를 만든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고 한다. 희망을 갖는다고 해서 원하는 일이 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희망이 없으면 최소한의 가능성조차 잃어버린다. 희망은 때로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다. 희망마저 버린다면 기적이 일어날 기회조차 놓치게 된다. 희망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값진 감정 중의 하나일 것이다.

빅터 프랭클(1905∼1997) 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심리학자다.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그의 삶에는 악랄하고도 지독한 고난의 상처가 스며 있다. 30대 후반에 아내와 함께 독일 나치에 의해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몸으로 부딪친다. 흉포한 욕설과 폭행, 역겨운 환경과 혹독한 한파, 끔찍한 굶주림, 극한의 강제노동, 옆에서 숨이 끊긴 동료와 생사조차 모르는 가족에 대한 슬픔, 자신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 등. 그것은 차라리 지옥도(地獄道)라고 표현할 만큼 고통의 나날이었다.

프랭클은 지옥 같은 이 상황에서 점점 무너지는 마음을 지키고 견뎌낼 수 있는 지혜를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전공이었던 심리학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마음을 다스렸다. 그가 선택한 생존의 지혜는 ‘긍정과 희망’이었다. 훗날, 프랭클은 이렇게 회고했다.

“어떤 마음을 갖는지는 내 선택에 달렸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절망을 선택할 수도, 희망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망을 선택하기 위해선 내가 간절히 원하는 어떤 것에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나는 아내의 손에 생각을 집중했다. 그 손을 한 번만 더 잡아보고 싶었다. 한 번만 더 아내의 눈을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가 한 번 더 껴안을 수 있고, 가슴과 가슴을 맞댈 수 있기를 난 간절히 원했다. 그것이 내 생명을 일 초 일 초 연장시켜 주었다.”

다시 한 번만이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아보는 것, 그 소박하고도 간절한 염원이 프랭클이 선택한 희망이었다.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프랭클은 자신의 체험을 사유하고 이론화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세상에 발표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라’. 내 삶이 보잘것없고 괴롭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긍정과 희망이란 의미를 되새길 때 내 삶은 놀랍도록 아름답게 바뀔 수 있다. 삶을 바라보던 내 생각이 바뀌는 것이고, 내 생각이 바뀌면서 내가 살아가던 삶이 바뀌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1918∼2013)는 세상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흑인 인권운동가였다. 하지만 그의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인권운동을 하던 그는 44세 때 당국에 체포돼 27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냈다. 투옥 중, 면회는 몇 개월에 한 번뿐이었고 편지조차도 겨우 한 통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간수들은 계속해서 그를 때리고 모욕하며 짓밟았다. 40도가 넘는 펄펄 끓는 사막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의 시련은 멈추지 않았다.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와 큰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남은 딸들은 집에서 쫓겨나 황량한 곳에서 핍박받으며 살아갔다. 감옥에서 고통과 밖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를 절망으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만델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투옥된 지 1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큰딸이 찾아왔다. 딸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예전에 편지로 부탁드렸던 손녀의 이름은 생각하셨나요?”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돼 찾아온 딸에게 만델라는 조용히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딸은 쪽지를 펼쳐 보고는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즈위(Azwie)’. 우리말로 ‘희망’이다.

삶이 너무도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에게 과연 이런 말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솔직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꼭 입을 열어야 한다면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희망은 있습니다.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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