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1.19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레저
[문화] 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3일(金)
‘여산양조장’ 안주인의 ‘착한 장보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전북 익산 여산면에 ‘여산양조장’이 있습니다. 2대에 걸쳐 63년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양조장입니다. 양조장은 대를 이어 다섯 남매 중 셋째 최형진(66) 씨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이 ‘운영’이지, 겨우 적자나 면하는 상황이어서 ‘버티고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겁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양조장의 경기는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집안 대소사에 막걸리가 빠지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초상이 나면 문상객을 대접할 술부터 맞춰야 하니, 동네의 부고를 양조장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양조장에서는 항아리 서른 개를 돌려가며 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항아리 딱 두 개로 그것도 띄엄띄엄 술을 빚고 있는 처지이니 다 지나간 얘기입니다.

최 씨의 얘기를 듣다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7년 전 92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였습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양조장 살림을 챙겼던 어머니는 어쩐 일인지 장에 나무를 사러 가는 일만큼은 늦장을 부리셨답니다. 열 개 아궁이에 술밥을 짓고 직원 열댓 명의 밥을 해대느라 하루 나무 열 단이 모자랄 지경이었는데, 늘 장이 파할 때쯤에야 나무를 사러 가셨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최 씨가 물었더니 “저물녘까지 나무를 다 못 판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나무를 사주려 그랬다”는 답이 돌아왔다는군요. 다 팔지 못한 나무를 다시 지고 돌아가야 했던 나뭇짐 장수의 서러운 마음을 술도가의 안주인은 헤아렸던 것입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와중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폭증하고 신종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면서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 모임 규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내내 생존 절벽으로 몰렸던 자영업자들이 겨우 되찾은 ‘장사할 권리’를 자칫 다시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양조장 안주인이 보여준 따스한 마음과 선한 소비를 생각합니다.

최 씨는 그가 ‘고 선생’이라 부르는, 50년 동안 함께 일해온 공장장 고석식(68) 씨와 단둘이 술을 빚고 있습니다. 최 씨는 ‘둘 중 하나가 쓰러지면 그걸로 끝’이라며 웃었습니다. 일은 고되고 돈이 될 리도 없는 일이지만, 그는 생전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여산 막걸리 한 통의 가격은 800원. 20년 전 가격을 고수해 오다가 최근에야 50원을 올린 것이랍니다.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 많이 본 기사 ]
▶ [단독] ‘이재명 무죄 검토 보고서’ 대법, 내부망에 안 올렸..
▶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었..
▶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다..
▶ ‘굿바이 이재명’ 장영하, ‘160분 통화’ 이재명 욕설 녹취 공..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윤석열-홍준표, 오늘 비공개 만찬…..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메타버스 개발 핵심역할” MS, 블리..
topnew_title
topnews_photo 권순일 前대법관이 무죄 주장 全재판연구관 토론 관례 생략 내부 “지나치게 소수가 결정” 대법 “등록·토론은 합의사항”더불어민주당 대선..
ㄴ ‘李무죄’ 판결과정 관례생략할 사정 있었나…내부서도 “비정상”..
ㄴ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세차례 제안”…유족, 故 김문기 자필 호소..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
line
special news ‘원더우먼’ 김건희…팬카페 회원수 2만5000명 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팬카페 회원수가 2만5000명을 돌파했다.네..

line
故 김문기 편지 공개…“초과이익 조항 삽입 3차례 제안..
김만배, 권순일 등 6명 거론하며 “50억이 몇개냐”
尹 “코인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2030표심 붙..
photo_news
신화 앤디, 깜짝 결혼 발표…예비 신부는 9살 ..
photo_news
“영탁 母子 갑질에 대리점 폐업”…예천양조, 사..
line

illust
190살 최장수 거북의 관심사는? 자주 종종 ‘짝짓기’
[W]
illust
권력형 성범죄 침묵하고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존폐론’ 자초
topnew_title
number 윤석열-홍준표, 오늘 비공개 만찬…野단일화 논..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섞여야 행복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꿈의 배터..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그래도 형..
hot_photo
장성규 “차라리 개로 살겠다” 왜..
hot_photo
‘상습도박’ 슈, 4년만에 사과 “식..
hot_photo
박신혜, 최태준과 결혼 앞두고 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