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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3일(金)
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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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에는 동치미가 특효약이다.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가늠하기도 어렵겠지만 옛날에는 그리 믿었다.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연탄을 많이 때던 시절, 겨울철이면 연탄가스 중독과 관련된 소식이 늘 들리곤 했다. 연탄가스에 중독됐을 때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그 과학적 근거는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연탄은 겨울에 주로 때고 동치미도 겨울에 주로 먹으니 급한 김에 동치미 국물이라도 들이켠 것이리라.

쓰기는 ‘동치미’로 쓰나 어원은 한자어 ‘동침(冬沈)’과 관련이 있다. 무를 주재료로 삼고 각종 채소를 넉넉한 소금물에 잠기게 만들어 겨울에 주로 먹으니 한자 뜻이 쉽게 들어온다. 여기에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이’를 붙여 적은 것이니 말이 만들어진 과정도 선명하다. 문헌에서는 18세기 이후부터 확인되는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니 그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동치미를 싱건지라고 하니 약간 혼란이 생긴다. ‘싱건지’는 ‘싱겁다’와 김치를 뜻하는 ‘지’가 결합된 것이니 말 그대로 싱거운 김치를 뜻한다. 사전에서도 소금물에 담근 무김치라 풀이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동치미와 일치한다. 그러나 싱건지의 반대말은 짠지가 돼야 하니 단어의 뜻 그대로 보면 동치미는 싱겁게 담근 짠지가 되니 문제다.

요즘 동치미는 고구마의 반대말로도 쓰인다. 팍팍한 고구마를 먹다 보면 속이 콱 막히는데 시원하고도 톡 쏘는 동치미를 마시면 고구마로 막힌 속이 시원하게 뚫리기 때문이다. 색이나 맛이 닮은 사이다가 동치미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답답한 일이 많을수록 시원한 동치미가 필요하다. 동치미가 연탄가스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막힌 속을 뚫는 데는 특효약이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생각난다. 세상이 온통 고구마이기 때문이리라.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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