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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5일(日)
출범 후 구속·기소 성과 전무…검찰권 견제 ‘공수표’ 된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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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사 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 편만 들겠다”고 했지만 기대 못 미쳐…정치 편향·절차 논란 끊이지 않아
태생적 한계 비판…지휘부 책임론도 부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권을 견제할 기관으로서 출범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실 있는 운영을 뒷받침할 법규와 인력 충원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각종 의혹에 손을 댄 결과 구속이나 기소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사의 정치적 편향이나 절차적 정당성 논란마저 끊이지 않아 검찰 개혁의 산물로서 출범한 새로운 부패 사정기관에 거는 국민적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무능’이라는 오명만 얻었다는 혹독한 평가가 나온다.

◇ 11개월 전 “성찰적 권한 행사” 공언 출범…“공수표 된 듯” 평가

5일 공수처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월 21일 3천800여자에 달하는 취임사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 앞에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는 성찰적 권한 행사를 하겠다”며 닻을 올렸다.

수사와 기소라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인지를 항상 되돌아보겠다는 취지였다.

72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깰 것이라는 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각오를 담은 선언이었지만, 지키지 못한 공수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찰적 권한 행사로 평가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출범 취지에 맞게 검찰 연루 사건을 ‘1호’로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를 깨고, 지난 4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 채용 의혹 사건을 선택했다.

여당의 주도로 탄생한 조직인 만큼 정치적 중립을 보여주기 위해 여권 인사를 첫 수사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결국 4개월 수사로 조 교육감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석 달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오히려 사건 관련자를 재소환하는 등 사실상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 정치적 중립성·합법 절차 놓고 논란…수사력 ‘무능’ 평가

김 처장은 취임사에서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도 했지만, 야권 표적 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을 향한 수사로 평가받는 이규원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사건은 눈에 띄는 진전이 없어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사건 4건 중 3건에 대해서는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며 불신만 자초했다.

사실상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진행한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공수처 수사의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힌 모양새다.

9월 9일부터 시작한 수사는 손준성 검사의 체포·구속영장 기각으로 윤 후보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갈 길을 잃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도 법원이 위법하다며 취소했다.

절차적 위법 논란 속에 확보된 대검찰청 감찰부의 자료를 압수수색의 형식으로 받아가면서 ‘하청 감찰’ 논란까지 불거졌고, 일부 피의자는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했다며 공수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했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며 인권친화적 수사를 하겠다”는 취임사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으로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동력을 사실상 잃은 상황이어서 면죄부를 주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공수처는 이 사건뿐 아니라 아직 단 한 명도 신병을 확보하거나 공소를 제기하지 못했다. 공수처의 수사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무능’ 쪽으로 평가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 태생적 한계에 잇따른 자충수…“수뇌부 사퇴” 주장까지

공수처의 수사가 기대에 못 미친 이유를 이 기관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로 공수처법을 제정했지만,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검찰과의 권한 관계에 대해 모호한 규정을 뒀다.

출범 초기 이른바 ‘공소권 조건부 이첩’과 ‘사건 이첩 시점’을 놓고 검찰과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검사 채용을 비롯해 수사력 강화에 전력투구해야 했을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공수처 검사를 공수처장이 아닌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법 규정도 공수처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검사 정원뿐 아니라 수사관, 행정직원 정원까지 턱없이 모자라는 규모로 법에 규정하면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권에서는 공수처 출범에만 집중하고 사후 공수처 문제에는 손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지휘부가 모두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력이 없다는 점도 성과 부족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공수처에 대한 신뢰에 처음으로 금이 가는 계기가 됐던 지난 3월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 논란은 검찰 출신이 수뇌부에서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1차 검사 채용에서 국민적 기대에 힘입어 지원자가 많았음에도 대부분 수사 경력이 없는 인원으로 정원의 절반만 채웠고, 4주 교육만 거친 채 ‘특수수사 전문가’집단인 검찰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점도 성과 부족을 낳은 요인으로 꼽힌다.

손준성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된 이후 수사를 통해 정황이 아닌 물증을 보강해야 했지만, 무모한 시도가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기각된 점도 수뇌부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대야소인 국회 구성상 실제 폐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수뇌부 교체를 통해 쇄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애초에 구조적으로 쉽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공수처 차장이 ‘아마추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공직 수행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처럼 공수처장과 차장이 당장 그만두고 가지고 있는 사건은 다른 수사 기관으로 이첩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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