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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6일(月)
“춤추는 시간들은 모두 다 지나가고”… 세계로 가는 기차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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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들국화 ‘세계로 가는 기차’

인디아나 존스는 영화(1981)에 나오는 고고학 교수다. 그가 찾아 나선 성궤(성스런 궤) 안에는 모세의 십계를 새긴 석판이 들어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음악동네에도 잃어버린, 혹은 묻어버린 궤짝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그들은 시간의 명령에 불복하면서 오늘도 탐험가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명시거리는 고작해야 30㎝지만 눈을 감으면 우주를 통째로 볼 수도 있다. 귀를 세우고 들을 수 있는 가청거리는 지극히 예민해서 종종 층간소음으로 다투게도 하지만 귀를 막고 명상의 세계에 도달하면 천사의 음성까지도 또렷이 들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어디까지일까.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도 멈추지 않는 열차가 노래 세상에서 지금도 승객을 기다린다. 우주특급 ‘세계로 가는 기차’는 1985년에 탄생했다. 한 해 전(1984)에 ‘무궁화’라는 명찰을 붙이고 달린 객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인데 비해 ‘세계로 가는 기차’가 탑재한 ‘들국화’호(1집)는 광속보다 빠른 데다 승차감도 쾌적하다. ‘이제는 정말 꿈만 같던 시간들은 지나고/ 밝아오는 내일들의 희망들을 향해’.

이 노래 제목이 내겐 각별하다. ‘장학퀴즈’의 대학생 버전 ‘퀴즈아카데미’(1987·MBC)의 원제목이 ‘세계로 가는 기차’였기 때문이다. 노래를 처음 들을 때 동심과 모험심이 동시에 떠올랐고 장학금 대신 해외여행 특전을 주는 게 기획의도였기 때문에 제목으로 딱 어울렸다. 데스크에선 ‘너무 가볍지 않나’ 하면서 어린(?) 연출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퀴즈+대학생, 즉 ‘퀴즈아카데미’로 밀어붙였다. 결론적으로 ‘세계로 가는 기차’는 내가 버린 제목이 아니고 내가 밀린 제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아쉬운 마음은 접기로 했다.

▲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시간이 꽤 흐른 후에 이 노래의 원작자에 대해 알게 됐다. 이름은 조덕환(1953∼2016)이다. 전설이 된 들국화 1집 표지엔 4명의 흑백사진이 보이는데 시계방향으로 전인권, 조덕환, 최성원, 허성욱 순서로 배치돼 있다.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의견충돌이 잦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진배치도 다툴 여지를 없앤 가나다순이다. 오늘의 인물탐구대상 조덕환은 1집에서 ‘축복합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세계로 가는 기차’ 등 3곡의 작사, 작곡을 맡았다. 그러나 1집 음반 녹음이 끝날 무렵 구성원에 변화가 생겼다. 기타치고 노래도 하던 조덕환이 탈퇴하고 드러머 주찬권이 들어온 것이다. 자료를 샅샅이 찾아보니 조덕환의 기타실력이 미흡해 멤버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다고 한다. 창작력에 비해 연주력이 못 따라간 걸까.

다시 조덕환의 궤적을 더듬어보자. 그는 최성원과 대학동창이다. 고려대 재학 중에 그는 제2회 MBC대학가요제(1978)에 출전한다. 배철수, 심수봉, 노사연을 배출한 그야말로 한국대중음악사의 성궤라고 할 수 있는 기념비적 음반에 그의 이름은 고인돌(참가번호 22번) 멤버로 등장한다. 같은 멤버였던 민경범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돌은 고려대 학내밴드 여럿 중에서 임의로 구성된 이른바 프로젝트팀이었다. 당시 공대 재학 중이던 김창익도 드러머로 섭외했으나 그는 이미 형들(창완, 창훈)과 함께 밴드로 데뷔한 상태였다. 그 유명한 산울림의 멤버가 하마터면 들국화의 1집 멤버와 같은 무대에 설 뻔했던 아찔한 사건(?)이다.

세월은 흘렀다. 위에 등장하는 이름 중 여럿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다. 1997년에 허성욱, 2008년에 김창익, 2013년에 주찬권, 2016년에 조덕환이 세상을 떠났다. 세계로 가는 기차의 종착역은 어딜까. 노래는 현실과 진실 사이에서 슬픈 답을 전해준다. ‘춤추는 시간들은 모두 다 지나가고/ 밝아오는 잿빛하늘이 재촉하는 지금/ 이제는 정말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들국화 ‘세계로 가는 기차’ 중).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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