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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6일(月)
변하는 산업현장 흐름 읽고 혁신 주도…‘노동연구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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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30년간 고용·노동 전문가로서 연구와 정책 활동을 수행하면서 노동 현장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 Leadership 클래스 -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노동연구원 창립 멤버로
학계서 노동관련 데이터 분석

쌓은 지식 현장서 풀어보고자
한노총 중앙硏 초대원장 맡아

2년간 연구로 ‘고용보험’ 설계
국가직무능력표준 고안하기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자격시험 등 디지털전환 주도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이 노동시장이다. 지난 2년간 일터와 일하는 방식부터 변했다. 감당 못할 속도로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고, 기계가 사람들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하기도 했다. 반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배달 등 플랫폼 일자리가 질주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과 온라인 방식이 경제와 산업 등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노동시장 전환 시점을 앞당기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평생 직업 시대를 맞아 일자리를 구할 때 필요한 자격증 시험을 관리하고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제공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다. 국가자격시험은 일자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지난해 코로나19 와중에도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370만 명이다. 공단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등이 촉발한 노동시장 변화를 기업과 근로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지난 3월 취임한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다. 어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고용과 인력개발, 노사관계 분야에서 연구와 정책 활동을 수행한 노동전문가다. 그는 노동 분야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개척자’라고 답했다. 어 이사장은 고용안정과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고용보험을 1990년대 초반 처음 설계했고, 산업현장에 많이 적용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고안하는 데도 일조했다.

◇노동시장 개척자 = 어 이사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창립 멤버다. 1990년대 잘 정리되지 않던 실업률 등 기본데이터를 통계화해 취업과 실업 등 노동시장 동향 분석을 도맡았다. 몇 년간 학계에 머물던 어 이사장은 1995년 양대 노총 중 한 곳인 한국노총이 국내 첫 노사관계 연구기관인 중앙연구원을 만들자 초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노사관계 전문가로서 학계에서 쌓은 지식과 논리를 현실 노동 세계에서 풀어보고 싶은 의지에서다.

이 시기에 어 이사장은 인생에서 가장 손꼽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바로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이다.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에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의 하나다. 당시 4대 보험 중에서 의료보험과 산재보험, 국민연금은 모두 시행되고 있었지만 고용보험만 도입되지 않았다. 어 이사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시절인 1993년부터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해 2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이는 선진 산업 사회가 갖춰야 할 4대 사회보험이 완결됐다는 의미에서 뜻깊은 편이다. 이 같은 제도적 특징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실직한 시민들의 실업과 재취업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어 이사장은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말 ‘국민 포장’을 받았다.

산업현장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NCS도 어 이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산업현장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없을까 라는 고민이 시작점이었다. 2001년 직접 고안했던 NCS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 산업현장에 1039개 모델로 개발돼 보급됐다. 어 이사장은 “능력사회가 작동하려면 능력이 정확히 측정되고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능력·성과 중심의 노동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직업능력을 공정하게 측정할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이사장은 기억에 남는 성과로 지난 2015년 ‘노사정 대타협’도 꼽았다. 당시 한국 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 변화로 노동시장 변화를 요구받던 시기였다. 노동시장 내 기업규모, 고용형태 등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었으며, 청년층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산업화 시대 만들어진 노동시장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노사정위원회는 산고 끝에 한국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이자 이정표가 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어 이사장은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공익위원과 전문가 그룹 단장을 맡아 노사정 대타협의 기본 골격을 세웠다. 또 핵심 주제였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두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국내 노동시장 관련 법·제도·관행 전반을 개선한 바 있다.

◇종이로 보던 자격시험 이젠 컴퓨터로 = 기관으로 돌아온 어 이사장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비대면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산업의 고용 위기는 심각한 실정이다. 공단도 한국 산업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일자리 문제를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산업과 기술을 이끌 인재 육성 측면에서도 공단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 이사장은 “취임 후 현장을 돌면서 아쉬웠던 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게 사업별 디지털 전환이 미흡하고 사업 수행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직원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올린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내년 디지털 전환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예산 260억 원을 확보했다.

공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자격증 시험 방식도 발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종이 시험지에 문제를 풀던 PBT(Paper Based Test) 방식에서 컴퓨터 기반인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어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여러 응시생이 한자리에 모여서 시험을 치는 PBT 방식은 더 이상 안전하고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다”며 “시험장에 대한 학교 개방 협조도 어려워졌고 많은 학교가 학습공간을 스마트 학교로 전환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은 국가자격시험도 인터넷 기반 시험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IBT(Internet Based Test) 방식으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작업이 이뤄지면 국가자격시험 시스템도 진일보하게 된다. 매년 400만 명가량이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는데 이 중 100만 명 정도가 합격한다.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합격 여부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어 이사장이 국가자격시험을 CBT로 전환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CBT를 구축하면 응시생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이들의 취약한 부분을 분석할 수 있다. 즉 AI를 이용해 수험생이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능력과 역량을 보충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장 지형이 바뀌면서 새로운 국가기술자격 개발에도 나섰다. 어 이사장은 산업계, 학계와 함께 현장 수요에 부합하고, 필요한 시기에 활용할 수 있는 유망한 자격을 개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내년에 정밀화학기사 자격을 시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 등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러닝운영관리사와 측량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공간정보융합기사 등 자격을 새로 시행 중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위해서는 해외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어 이사장의 임기 내 목표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공단의 변화와 혁신을 일궈가는 것이다. 어 이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안착시켜 업무효율을 높이고, 예산·인력 등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등 최고의 인적자원개발(HRD) 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해 고용시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 이사장은…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노사관계와 인력개발 분야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고용노동 전문가다. 어 이사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에서 노동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주요 경력은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장 등이다. 또 한국노동경제학회장과 한국직업자격학회장 등도 맡았다. 지난 2015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제도개선특위 등 활동을 담당하기도 했다. 4·5·6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도 지냈다. 2017년에는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0대 위원장에 선출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장도 맡았다. 고용과 노동 양쪽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활용, 국가자격제도 등 정부 노동정책에도 오랜 기간 참여해왔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mail 권도경 기자 / 사회부 / 차장 권도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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