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줄 후보 없는 2030… 살아 움직이는 ‘중도 유동성’이 대선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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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세대대결’ 된 2022 대선

1987년 이후 네 차례 ‘지역대결’거쳐 세 차례 ‘이념대결’…文 ‘내로남불’ 失政에 젊은층 진보성 해체로 내년 대선은 ‘세대대결’ 전망

부동층 30 ~40% 달하고 실리 추구하는 청년 표심은 흐르는 물과 같아… ‘스윙 보터’ 2030의 선택 따라 대선판 출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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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표심(票心)은 물과 같다. 고이기를 거부하고 변화무쌍하게 흐르면서 만물을 새롭게 하는 성질을 가졌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체로 4050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쪽으로, 6070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2030은 특정 후보로의 ‘쏠림’이 없다. 부동층이 30% 안팎에서 많게는 40%에 이른다. 아직 ‘청년의 마음을 얻은 대선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년 표심을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을 수 없다. 앞으로 90일 남짓 남은 20대 대선은 2030의 살아 움직이는 ‘중도 유동성’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변화하는 대결 구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네 차례(1987·1992·1997·2002)의 대선은 ‘지역대결’로, 이후 세 차례(2007·2012·2017)의 대선은 ‘이념대결’로 치러졌다. 2022년 대선은 ‘세대대결’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따른 ‘1987 체제’ 수립 이후 2002년 대선까지는 지역 맹주들의 군웅할거 시대였다. ‘1노(盧) 3김(金)’이 맞붙었던 1987년 대선에선 노태우(TK), 김영삼(PK),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이 4자 대결을 벌였다. 3김이 분열하면서 여당의 노태우가 겨우 36.64%의 득표로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1992년 대선에서는 ‘3당 합당’으로 ‘PK(민주당)+TK(민정당)+충청(공화당) 동맹’을 맺은 김영삼이 호남 포위전략을 펴 김대중을 누르고 당선됐다. 뒤이어 김대중은 1997년 대선에서 김종필과 ‘DJP 연대’를 통한 ‘호남+충청 동맹’을 성공시키며 영남을 기반으로 한 이회창에게 극적인 승리를 쟁취했다. 2002년 대선은 PK 출신 노무현이 호남과의 전략동맹을 앞세워 이회창을 꺾은 선거였다.

노무현 정권의 ‘기득권 혐오’ 이데올로기는 ‘지역대결’ 중심의 대선 구도를 ‘이념대결’로 이행하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이명박과 정동영이 맞붙은 2007년 대선은 보혁(保革) 이념대결이 첨예화했다. 2012년 대선 역시 박근혜와 문재인의 생사를 건 이념대결 무대로 기록됐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근 10년은 ‘보수의 시대’였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는 급격히 지배력을 잃기 시작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광장과 촛불을 배경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진보의 시대’가 열리는가 했다. 그러나 지역과 이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부상과 더불어 문 정권 5년 동안 이념대결 중심의 정치는 급격하게 힘을 잃어간다.

◇부상하는 세대대결

문 정권의 광범위한 국정 운영 실패는 일부 진보 지식인과 2030의 이반을 불렀다. 진보를 자임한 정권의 거듭되는 공정성 논란으로 탈(脫)이념, 탈문재인 중도 성향 유권자가 늘어났고, 특히 민주당의 젊은 우군으로 분류됐던 청년층이 돌아섰다.

문 정권 들어 부상한 2030의 특징은 중도 실용의 추구, 공정과 변화에 대한 갈망, 정치 참여의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조국 사태 등에서 드러난 집권세력의 ‘내로남불’ 국정 운영에 대한 저항, 저성장·실업·부동산 폭등에 따른 계층 이동 사다리 상실에 대한 분노가 이렇게 만들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오세훈의 당선을 밀었던 것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때 ‘이준석 돌풍’을 일으킨 것도, 대선 경선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만들어낸 것도 이들이었다.

2030은 진보성이 해체되면서 만들어진 공백을 실용주의로 채운 세대다. 여전히 지역이나 이념에 기대려는 기성세대의 ‘경로 의존성’을 거부하고, 실리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물과 같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면서 표를 행사한다.

새롭게 대선판의 ‘스윙 보터’가 된 2030의 표심의 특성은 ‘중도 유동성’으로 집약된다. 정부 수립 이후 70여 년에 걸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청년층이 이만 한 ‘중도 유동성’을 가진 일은 없었다. 이런 것이 ‘세대대결’ 대선 구도의 토대를 만든다.

◇갈 곳 없는 2030

하지만 청년세대의 표심은 아직 침묵 중이다. 앞으로의 대선 구도는 어떤 후보가 2030의 마음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30이 40·50과 결합하느냐, 60·70과 결합하느냐이다. 청년층에 대한 민주당과 이재명의 소구력이 커지면 내년 대선은 ‘청년+중년 vs 노년’의 표 대결이 될 것이다. 거꾸로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설득이 더 먹힌다면 ‘청년+노년 vs 중년’의 대결 구도가 될 수도 있다.

각 진영 대선 후보들은 청년층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2030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낼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온전히 청년 표심을 끌어안는 후보는 없다.

이재명은 영입 인재 1호로 ‘30대 워킹맘 우주과학자’를 내세웠다가 여러 논란만 일으킨 끝에 없던 일로 했다. 윤석열은 30대 당 대표와 붉은색 커플 티를 입고 청년층 구애에 나섰지만 막상 중앙선대위 상층부는 노인 세대로 채웠다. 안철수는 대입 수시 철폐와 준(準)모병제 카드로 청년 끌어안기를 시도 중인데 결국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 보는 유권자가 많아 보인다. 심상정은 주 4일제 근무 등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약하다.

거대 양대 정당 후보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2030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이재명과 윤석열의 2030 청년층 지지율은 10∼30%대에 머물러 있다. 부동층과 무응답층이 30%를 넘는다. 특히 20대의 경우 이·윤 두 후보 지지율은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고 있어, 안철수·심상정 등 제3 후보들로부터도 위협받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대선일까지 선거판은 여러 차례 출렁일 것이다.

◇‘물’과 같은 청년 표심

2030 표심은 흐르는 물처럼 새로움을 찾아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과거엔 부모세대가 자녀를 끌고 갔지만, 지금은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를 설득한다. 과거엔 영남·호남·충청도에 있는 어른들이 수도권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정치 훈수를 뒀지만, 지금은 대도시의 젊은이들이 고향 집 어른들을 견인한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2030의 중도 유동성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타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변화하는 대결 구도 : ‘1987 체제’ 수립 이후 1987·1992·1997·2002 대선은 ‘지역대결’로, 이후 2007·2012·2017 대선은 ‘이념대결’로 치러져. 그러나 2022년 대선은 사상 초유의 ‘세대대결’로 갈 것으로 전망.

부상하는 세대대결 : 文 정권의 ‘내로남불’식 불공정과 광범위한 국정 운영 실패가 2030의 오랜 진보성을 해체함. 청년층은 대신 실용주의로 무장. ‘스윙 보터’가 된 2030 표심의 특성은 ‘중도 유동성’으로 집약됨.

갈 곳 없는 2030 : 아직 청년층의 마음을 얻은 대선 후보는 없으며 2030의 쏠림 현상도 없음. 2030이 어느 세대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갈릴 것임. 남은 대선일까지 선거판은 여러 차례 출렁일 가능성이 큼.

■ 용어 설명

‘1987 체제’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토대로 그해 치러진 대선을 통해 확정된 정치지형. ‘체제’라 명명한 데서 보듯, 이로 인해 형성된 정치·사회 구도가 한 사회의 특질을 규정짓는 힘으로 작용함.

‘중도 유동성’이란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가능성과 성질을 말함.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 ‘유동성’에서 따온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