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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07일(火)
각방 쓰고 식사도 따로, 성생활은 가끔… 일본의 ‘공생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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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입원·수술땐 서로의 법적 보호자
친밀한 파트너로서 서로를 지지


“30대 여성인 친구가 결혼 뒤 남편과 각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결혼 뒤 잠자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더군요. 이런 결혼방식에 ‘함께 살아간다’는 뜻의 공생혼(共生婚)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연애와 결혼을 취재하는 논픽션 작가 가메야마 사나에(龜山早苗)는 최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부부 중 서로를 속박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공생혼’을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공생혼’은 가메야마 작가가 지난 2015년 만든 표현으로, 이들의 부부관계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경제적 자립’을 기반으로 한다. 보통 부부처럼 동거는 하지만, 방이나 식사는 따로, 재산 역시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부부 성생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일종의 셰어하우스에 사는 ‘하우스메이트’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공생혼’ 관계를 맺는 부부는 각자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데에 방점을 두며, 가사노동 역시 ‘본인 것’만 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우스메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때때로 가벼운 스킨십을 하거나 서로를 위해 도시락·커피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애정 표현을 한다는 점. 이들에게 사랑은 ‘에로스적’이라기보다는 ‘우애·가족애’에 가깝다.

가메야마 작가는 일본에 ‘가족이나 친구처럼 함께 사는’ 이 결혼 방식을 선택해 사는 부부가 꽤 많다고 밝혔다. 그는 “공생혼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는 양쪽 모두 각자의 커리어에 삶의 비중을 크게 둔 경우가 많다”며 “남녀 성 역할·기존 결혼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와의 대등한 관계를 쌓으려는 이들이 공생혼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일·가정 양립, 비혼 담론이 대두하는 상황. 실제로 일본의 20대 싱글여성 중 ‘공생혼이라면 (결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그렇다면 ‘사실혼(동거)’이라는 대안도 있을 텐데 이들은 왜 굳이 ‘결혼’을 선택한 걸까. 가메야마 작가는 “한쪽이 입원이나 수술 등을 할 때 혼인신고를 한다면 편리하다”며,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부부니까 섹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 ‘커리어가 우선이지만 가족은 원하는 사람’에게 ‘공생혼’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혹자는 “이걸 결혼이라고 부를 수 있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가 감히 사랑과 결혼의 모양과 형태를 정의할 수 있겠는가. “상대를 존중하며 친밀한 파트너로서 서로 지지하는 관계. 이 또한 ‘어른의 결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메야마 작가가 되물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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