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삼수·고3… 두 아이들의 수능 끝났는데 왜 우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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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자녀들의 수험생활이 끝났는데 왜 우울할까요? 첫째는 삼수, 둘째는 고3이라서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게다가 양가부모님도 각각 암을 진단받으시고, 연초엔 남편의 승진도 누락됐어요. 저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은 없었고, 파김치가 돼 도대체 왜 사나 싶으면서도 내가 지치면 다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아이들 수능이 끝났는데 둘째는 최저등급을 맞췄고, 첫째도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작년보다는 성적이 잘 나와 어떻게든 대학을 갈 것 같아요. 남편도 이제 승진했고, 부모님은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연초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좋아졌는데도 무기력하고 모든 것이 재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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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루션
A : 한 방에 인생의 괴로움 해결할 수 없어… 자신을 다독여 주세요

문제가 해결됐으니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버리고 힘든 자신을 다독여 주세요. 당연히 힘든 상황이 끝난 후에 우울할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서의 트라우마로 인해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전투를 하는 중보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 불안과 우울을 겪습니다. 우리 몸은 과거를 기억합니다. 그게 극단적인 트라우마가 아니라 오랜 시간 힘들었던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긴장이 약간 풀어진 상황에서 우울과 불안 증상을 겪는 것은 흔합니다.

힘든 상황이 끝났는데도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요. 물론 “지난 일인데 왜 그래?”라면서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끝나면, 힘든 나 자신을 다그치지 말고 그동안 힘들었던 점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스스로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주겠습니까?

또한, 삶의 갖가지 문제로 괴로울 때 사람들은 단 한 가지 문제만 일단 해결되면 그 뒤로는 계속 행복이 찾아올 것처럼 착각합니다. ‘이 병만 나으면…’ ‘저 사람하고 사귈 수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불안과 우울함이 싹 사라질 것만 같죠.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삽니다. 단 한 방에 인생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요소는 애초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결국 사람은 자기를 미워할 때 우울에 빠집니다. 문제가 해결됐으니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인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좋은 상황이 됐다고 행복할 의무는 없습니다. “좋은 상황인데 왜 우울해?” 이런 태도가 자기 비난이 되고, 오히려 그동안 지친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느라 힘들었던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셔도 좋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