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 68명… “이들이 미래 CEO 후보군”

■ ‘세대교체’ 재계인사 키워드

SK 새 임원 절반이상 ‘3040’
LG는 40代 비율 62% 달해

올 연말 재계 임원 인사에 과감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글로벌 복합 다중 위기에 처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이대론 안 된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토대로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면서 ‘인사혁명’ 수준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2·3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선 만큼, 지속가능성을 위한 역할 부여와 리더십 강화 흐름도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부사장’ 중용을 통해 성과 창출에 탄력을 붙이고, ‘미래 CEO 후보군’으로 양성하려는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단행한 큰 폭의 물갈이 인사에서 이 같은 키워드가 읽힌다. 삼성전자는 이날 단행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98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부사장(전무 포함)은 지난해(31명)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부사장은 나이와 연공을 떠나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 가능한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시키고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해 ‘미래 CEO 후보군’으로 경영자 자질을 배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에 배출한다는 취지 아래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마련했다.

지난 7일에는 60대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50대 2명으로 바꾸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의 트로이카 체제가 10년 만에 투톱 체제로 바뀌었다.

SK그룹의 신규 임원 중에는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LG그룹의 경우 40대 비율이 62%에 달했다. 롯데그룹은 아예 과감한 외부수혈을 추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해 기업들이 매머드급 인사를 통해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라며 “기존 승진체계를 모두 바꾸고 전문성을 토대로 한 공정 경쟁을 주문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의 요구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