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갑질 상사’ 최고 파면…공직사회 ‘초긴장’

■ 행안부 ‘징계규칙’ 입법 예고

우월적 지위 이용한 구태 여전
서울시,다면평가로 처벌 강화

대전시 공무원 극단 선택 계기
뒷북 조치 논란에도 제보 봇물

서울시에 근무 중인 A 주무관은 점심시간에 여러 직원 앞에서 상사의 ‘식사 모시기’ 당번이던 주무관으로부터 “주임님은 데려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떡하냐”는 말을 듣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부하 직원들에게 이런 공개적인 모욕을 주는 간부들이 수두룩하다고 서울시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직원에게 결재판을 던지고 여직원들에게 수치심을 줬다는 의혹이 여러 경로로 시청 내에 제기돼 물의를 일으켰던 고위 간부와 거친 폭언을 남발해 악명이 높은 인사도 징계나 불이익 없이 버젓이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이런 갑질 공무원을 최고 파면할 수 있는 제재가 시행된다. 9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오는 15일까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인격적 부당행위’를 징계 항목에 신설하고 비위 정도가 심하며 고의가 있는 경우 파면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징계규칙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감봉∼견책에 그치지만,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입증되면 파면∼해임까지 가능하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인격적 부당행위는 징계 수위 감경 제외 항목으로 설정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대전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갑질에 시달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제도 개선을 주문한 데 따라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에선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16명이나 자살을 했는데 행안부가 왜 이제야 제도 개선에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갑질 행위에 대한 강한 제재 시행이 예고됐지만 “상습적으로 당했다”는 제보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본인 승진을 위해 부하 직원들을 과도하게 몰아치거나 본인 스트레스를 직원들에게 푸는 경우 등 갑질 유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상사 갑질’을 막기 위해 2017년부터 관리자에 대한 다면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면평가 결과 하위 10%에 해당하면서 50점 만점에 40점 미만인 공무원은 승진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주요 보직 전보를 제한하고 성과연봉도 덜 받는다”며 “다면평가가 정착하면 일부 권위적 조직 문화도 빠르게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