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에 땅값 하락”… 스마트 축산단지, 곳곳서 제동

■ 공모 선정된 지역 주민들 반발

지자체, 시범단지조성 추진하며
주민과 합의·타당성 검토 부족

울진 근남면 “주민 대부분 몰라”
평창 노론리 “郡이 일방적 강행”
울주군은 반대 거세자 신청보류

울진 = 박천학·평창 = 이성현 기자 울산 = 곽시열·합천 = 박영수 기자, 전국종합

정부가 축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하는 스마트 축산 정보통신기술(ICT) 시범단지 조성사업이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범단지 조성 부지를 충분한 타당성 검토나 주민 합의 없이 결정하면서 환경 문제와 주변 땅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공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영세 축산농가를 최첨단 시설을 갖춘 축사에 입주토록 해 분뇨와 악취·질병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선정된 시범단지에는 기반 조성과 스마트 축사·분뇨처리·방역시설 등의 사업비로 약 6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19년 공모에 선정된 경북 울진군은 근남면 일대 19만5000㎡에 26개 농가의 한우 2600마리를 키우기로 하고 축산단지 부지를 매입했으나, 주민 반대와 환경 당국의 제동으로 최근 사업이 중단됐다. 반대 주민들은 “인근 주민 대부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군이 부지를 사들였다”며 “축산단지가 들어서면 악취 등에 따른 생활환경 악화와 지가 하락으로 인한 재산권을 침해받는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공모신청 당시 해당 부지 소유주와 인근 이장의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구지방환경청도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정보호종인 수달 서식 환경 침해와 주변 주민 피해 우려로 축산단지 개발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울진군은 부지 축소 등 보완에 나섰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군비, 민간 자금 등 총 213억 원이 투입되며 군은 법인(스마트축산)을 설립해 추진해왔다.

지난해 공모에 선정된 강원 평창군 역시 총 사업비 350억 원을 들여 노론리 일대 23만㎡에 25개 농가 한우 2500마리를 키우는 축산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일부 주민은 “애초 반대가 50%를 넘으면 추진하지 않는다고 하고선 군이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한우 축산단지 공모에 선정된 경남 합천군에서도 쌍백면 멱곡마을 주민들이 “동의나 합의 없이 마을 일대 부지를 정했다”며 군에 진실규명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한우 축산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공모 신청을 준비했던 울산 울주군은 부지 일대 주민 설명회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보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사업은 주민으로부터 환영받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민을 설득해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내년에 1곳을 선정한 뒤 2023년부터는 지자체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축산단지 공모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까지 울진·평창·합천군과 함께 강원 강릉시(돼지), 경남 고성군(〃), 충남 당진시(젖소) 등 전국에서 6곳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