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나무 말고 숲을 봐야 할 이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세복, 바느질을 하다, 58×62×5㎝, 알루미늄, 실, 2021

양구 박수근 미술관 초입에 들어서면 박수근의 초상을 만나게 된다. 그냥 평범한 초상화로 보였지만, 페인팅이 아닌 색다른 드로잉이다. 마치 수예 틀처럼 생긴 거대한 원형의 구조물 끝에서 끝으로 연결된 직선 철사들이 거미줄처럼 교차되면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다가 다시 보게 되는 선(線)의 마술, 위세복의 작품이다.

구조물에 철사를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면서 만들어내는 화면은 종이 위의 드로잉과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버전의 마술 같은 선묘 작업을 연이어 선보여 화제다. 이번에는 검정 금속판에 흰 실 스티치의 점묘로서, 인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다.

금속판에 행해진 바느질 땀이 대체로 일정한 가운데, 부분적으로 리듬이 주어진다. 단조로운 화면으로 느끼면서 지나치곤 한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깨달음처럼 다가오는 환영(幻影)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한 땀 한 땀의 행보가 묵묵히 전체 형상에 복무한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