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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논단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17일(金)
탄소중립 ‘자원의 무기화’ 대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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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1973년 10월 17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 회원국 석유장관들이 모여들었다. 열하루 전에 시작된 4차 중동전이 이집트-시리아 연합군의 패퇴로 끝날 게 확실해진 시점이었다. 장관들은 전쟁 초기 수세에 몰렸던 이스라엘을 지원해 승기를 잡도록 도와준 미국, 네덜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OPEC 차원의 응징을 논의하던 참이었다. 그 수단은 이들 나라에 대한 석유 수출 통제였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매달 석유 수출을 5%씩 줄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석유 카르텔의 힘은 막강했다. 유가는 70% 올랐고, 12월 테헤란 회의 때는 추가로 130% 올랐다. 이듬해 3월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즈음 석유 가격은 4배가 됐으며, 1979년 한 차례 더 위기가 있었던 다음 해 유가는 1973년 여름의 10배가 됐다. 자원민족주의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1960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5개국이 결성한 OPEC은 1973년 이전에도 여러 차례 ‘유가 정상화’ 조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던 7자매, 즉 미국과 유럽의 석유 거대기업들에 의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랬던 OPEC이 어떻게 1973년에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때가 미국이 더는 자국 생산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중동에서 석유 수입을 급격히 늘린 시기였기 때문이다. 원래 중동산 석유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던 유럽에 더해 미국까지 대량 수입하면서 이 석유 카르텔의 힘은 막강해졌다.

시계를 2021년으로 돌려 보자.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은 앞다퉈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재확인하고 전향적으로 개정했다. 지금 시민단체와 국제기구는 목표로 설정한 탄소중립 시한과 이행계획의 강제성 담보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다 함께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탄소중립용 소재 대란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교통 부문에서 전기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차량 경량화에 필요한 재료, 에너지 부문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 제조 원료, 전기 공급망 확충에 필요한 소재, 그리고 수소는 모두 탄소중립에 필수 소재들이다. 탄소중립은 구리와 알루미늄, 수소, 그리고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토류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불러올 것이다.

이처럼 탄소중립으로 달려가는 각국의 미래 전략에는 해당 자원을 채취하고 정제하며 중간재를 생산해 내는 공급망상 상류 부문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잠재돼 있다. 만약 상류 부문을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이 상당 부분을 독점하고 있다면, 또는 자원은 갖고 있으나 환경적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정제를 할 수 없다면, 특정 국가들이 탄소중립 자원을 무기화하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석탄은 가장 무난한 화석연료였다. 대다수 나라에서 석탄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석유 시대로 넘어가면서 우리가 목도한 자원의 무기화는, 핵심 소재가 불균등하게 분포돼 있는 탄소중립의 시대에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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