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포퓰리즘’ 뒤엔 분열의 언어… 與野없이 ‘내편·네편’ 갈라쳐 나라만 결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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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숙의 Deep Read - 선거철 악성 포퓰리즘 구분법

‘승자독식’ 韓 대선에서 단순 포퓰리즘은 불가피… 남미처럼 국민의식 마비·중독시키는 ‘악성’은 반드시 막아야
현금 살포 공약 등 표만 좇는 뒷골목 패거리 정치할 땐 국익 망쳐… 지도자는 나라에 필요하다면 국민 반대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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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의식해 선심성 약속을 하는 것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성 포퓰리즘’만큼은 막아야 한다. 악성 포퓰리즘은 국가 자원을 마구잡이로 끌어와 뒷골목 패거리 정치로 국민 편 가르기를 하면서 자기 쪽 세만 불리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선거철에는 분열의 언어를 동원하면서 ‘나라에 필요한지’가 아닌 ‘표가 될지’만 따지는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는 악성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문 정부는 포퓰리즘의 典範

단순한 의미의 포퓰리즘은 표를 얻기 위해 앞뒤 없이 지르고 보는 선심성 정책쯤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악성 포퓰리즘은 여기서 한 발 더 깊숙이 들어가 정책과정을 아예 국민 편 가르기 ‘패싸움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악성 포퓰리즘의 전범을 보여줬다. 정부 초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한국과 같은 경제 수준에서,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상위 수준이던 최저임금을 2년에 30%나 올렸을 때 어떤 충격이 올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런데도 그걸 밀어붙인 것은 정권 획득 과정에서 돌격대 역할을 한 민주노총의 청구서를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경제는 크게 망가졌고,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실직자·아르바이트·저생산성 사업체, 소상공인 지원에 재정을 들이부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문 정부 집권 동안 나랏빚 증가는 파괴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문 정부 출범 직전까지 누적된 국가채무가 627조 원인데, 문 정부 5년간 339조 원이 늘어났다. 내년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돌파한다.

문 정부는 이것이 마치 코로나 대응 때문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례로 2020년 재정적자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의 4.5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의 2.6배에 달하는 112조 원이다. 우리 재정 사(史)에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다. 그러나 코로나 직전 작성된 예산안과 4차례 추경을 거치며 늘어난 최종액수를 비교했을 때 코로나 관련 적자는 그 중 기껏 40% 남짓이다.

◇악성 포퓰리즘 구분법

집권세력은 필요할 때마다 돌격대 역할을 해주는 ‘강성노조= 자기편’ 권력자원을 공고히 하기 위해 경제를 무너뜨리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 나라 재정을 망가뜨렸다. 문 정부가 전범(典範)으로 보여준 악성 포퓰리즘은 단순한 선심성 매표가 아니라, 패싸움을 위해 국가의 자원까지 마구잡이로 끌어와 세를 불리는 뒷골목 패거리 정치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단순 포퓰리즘과 악성 포퓰리즘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첫째, 분열의 언어가 동원되면 틀림없이 악성이다. 일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나머지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바로 악성 포퓰리즘의 민낯이다. 국토보유세 신설로 90% 국민에게 잘 보일 수 있다면 나머지가 고통받든 말든, 합리적이든 말든 상관없다는 건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패거리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둘째, ‘나라에 필요한지’가 아니라 ‘표가 될지’만 생각한다면 악성이다. 수년간 주장한 대표 공약도 ‘국민이 싫어하면 깨끗이 접겠다’면서 국민의 반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어떤 설득 과정을 거칠지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무는 여당 대선 후보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쯤 되면 애초에 공약을 내놓은 유일한 이유가 ‘국민이 좋아할 것을 찾다 보니’라고 해석된다. 진정한 지도자의 사명은 국가가 가야 할 방향과 국민 눈높이가 어긋날 때 지난한 설득과 소통으로 국민 눈높이를 들어 올리고 국민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악성 포퓰리즘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가진 독성이 마비와 중독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국민의 40%가 국가에 소득을 의존할 정도로 경제구조가 왜곡돼 있지만, 포퓰리즘 정당은 지난 40년간 상원의 다수당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베네수엘라는 2013년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90% 이상 감소했고 국민의 20% 이상이 국외로 탈출했지만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대선 정국의 포퓰리즘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에서도 악성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여야 대선 후보 간의 재난지원금 논쟁 2차전도 중요한 포퓰리즘 판별점이 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중단으로 절망에 빠진 소상공인 지원은 불가결하지만 원래의 삶의 궤도로 올리기 위한 구조적 지원이 아닌 현금 살포에만 열을 올리면 자칫 선거철 매표로 빠지는 ‘외줄 타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원칙과 기준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50조 원, 100조 원 같은 확정 금액을 부르는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선거철 포퓰리즘이다.

그런데 그것이 악성인지 아닌지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해 어떻게 쓸 것인지로 갈라진다. 집권세력은 코로나 대응을 이유로 정권 출범 때보다 내년 예산을 200조 원이나 팽창시켰지만 이 중 소상공인 손실 보상은 10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방만한 예산을 구조 조정할 계획도 없이, 또 지원의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지도 않고, 대선 전에 무작정 뿌리자고 주장한다면 이런 게 바로 악성 포퓰리즘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율이 높게 나온 건 큰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섯 차례의 재난지원금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은 이에 마비·중독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런 국민의식이 또다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살포해야 한다던 여당 후보의 고집을 꺾게 했다. 포퓰리즘의 광풍 속에서 이 같은 국민 의식을 확인한 것은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유권자의 지혜가 필요

대선판에서는 장렬하게 패하더라도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후보를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유권자가 패배를 무릅써가며 원칙을 고수하는 정치세력만 인정하겠다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철저히 버리고 응징해야 할 정치와 밉지만 꾸짖으며 다듬어 갈 정치를 구분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지금 유권자가 해야 할 지혜로운 투자 중 하나다.

전 국회의원,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포퓰리즘의 典範, 文 정부 : ‘승자독식’ 대선판에서 단순 포퓰리즘 정책·공약은 불가피한 측면 있어 . 하지만 ‘악성 포퓰리즘’만큼은 막아야. 악성 포퓰리즘 전범을 보여준 文 정부 집권 기간 나랏빚은 파괴적 수준에 이름.

악성 포퓰리즘 구분법 : 특히 선거철에 분열의 언어를 동원하고, 국익이 아닌 ‘표가 될지’만 따지는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면 악성 포퓰리즘. 이는 국가 자원을 마구잡이로 끌어와 국민 편 가르기를 하는 뒷골목 패거리 정치.

대선 정국의 포퓰리즘 :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에서도 악성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음. 여든 야든 구조적 지원이 아닌 현금성 살포에만 열을 올릴 경우 자칫 선거철 매표로 빠지는 ‘외줄 타기’가 될 수도.

■ 용어 설명

‘승자독식’은 주(州)별로 직접투표를 통해 최다득표를 한 후보가 해당 주에 배분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미국의 선거제도. 한국 대선에서는 승자가 모든 권력을 차지한다는 뜻으로 사용.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의 인기만 좇아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임.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 현대에는 ‘대중영합주의’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쓰임.

※이 글은 윤희숙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재개하기 전 작성됐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윤 전 의원의 Deep Read 글 쓰기는 중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