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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23일(木)
대선 ‘3대 악령’ 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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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李·尹 ‘가족 리스크’ 도긴개긴
비전 경쟁이 이전투구에 밀려
기본시리즈는 포퓰리즘 압권

TK 망했지 않나 對 충청의 피
근거 없는 의혹 제기 경계해야
2002년 昌 3대 의혹 반면교사


내년 대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급 ‘비호감 혐오 선거’라는 평가 속에서 여야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아들의 상습 불법 도박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내 김건희 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다.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더 내상을 입은 것 같다. 윤 후보의 ‘상징 자산’인 ‘공정’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가족 리스크가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거리다. 그러나 내년 대선이 나라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려면 세 가지 악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악성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해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를 망각하는 정치 행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윤희숙 전 국회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의 특성으로 “분열의 언어가 동원되고, ‘나라에 필요한지’가 아니라 ‘표가 될지’만 생각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표만 좇으면서 원칙과 기준도 없이 현금을 살포하는 행위는 변명의 여지 없는 매표용 포퓰리즘이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 마이너스 통장 등 ‘기본 시리즈’는 가히 포퓰리즘의 압권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질수록 포퓰리즘이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거나 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지속 가능하며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국민 모두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는 칼 포퍼의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은 특정 지역에 대해 갖는 배타적 감정과 선입견이다. 노태우(TK), 김영삼(PK), 김대중(호남), 김종필(충청) 후보가 격돌했던 1987년 대선은 지역주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선거였다. 그 이후 3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최근엔 약화되는 추세다. 한국정치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2017년 대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지역주의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견해에 63.9%가 공감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 번” “충청도 핫바지론” 등과 같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확산시키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TK 지역을 방문해 “여태까지 색깔 똑같다고 빨간색 열심히 찍고 그랬는데, 솔직히 대구·경북 망했지 않나. 무엇을 해줬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석열 후보는 “겉은 조용, 속은 뜨거운 충청의 피 타고났다”며 ‘충청대망론’을 자극했다.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메시지로 보이지만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

셋째,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다. 원래 선거는 두려움(네거티브 운동)과 희망(포지티브 운동)을 동시에 주는 게임이다. 대선에서 후보자와 가족들에 대한 의혹 제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에 대한 검증은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의혹 제기에 대한 무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검증을 빌미로 무책임하게 거짓과 왜곡, 가짜 뉴스를 주도하면 그것은 네거티브가 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야당의 이회창 후보는 자신을 향한 ‘3대 의혹 사건’(아들 병역 비리, 부인 비리 의혹, 20만 달러 수수설)으로 큰 피해를 봤고 결국 패배했다. 그런데 이들 의혹은 모두 가짜였고, 법의 심판을 받았다. 결국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승자의 정통성이 흔들리는 요인이 됐다.

통상 포퓰리즘, 지역감정, 네거티브 모두 유권자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해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왜곡된 정보를 줘서 감성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파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혜로운 유권자는 이런 ‘3대 악령’에 매몰된 후보에 대해선 가차 없는 응징 투표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거도 나라도 바로 선다. 이와 함께 어느 후보가 더 정직하고 유능한지, 누가 더 확고한 철학과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수시로 입장을 바꾸지 않는지, 누가 더 혁신적이고 도덕적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투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변화를 향한 ‘종이 돌’(paper stone)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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