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경전 ‘대학’…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순차적 의미 아냐

  • 문화일보
  • 입력 2021-12-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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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⑩ 대통령의 자질

격물·치지·정심·성의 통해
‘나를 다스리는’ 수신이 으뜸

가정·나라 이끌어가는 것과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수신’


대통령 후보의 가족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되면서 “수신제가”란 말이 곧잘 운위된다. ‘대학’이란 유가 경전에 나오는 이 말은 주로 “치국” “평천하”와 함께 쓰인다. 그렇다 보니 수신제가는 정치인이라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히곤 한다. 자신을 잘 다스리고 집안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나라도 잘 다스린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는 몇 가지 오해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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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제가”의 ‘가(家)’는 본래 가족이란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부가 다스리는 정치 단위를 가리켰다. ‘대학’은 봉건제 시대의 산물이다. 봉건제에서는 천자가 천하를 다스림에 일정 지역의 통치를 제후에게 위임했다. 이렇게 제후가 위임 통치하는 지역을 ‘국(國)’이라고 했다. 제후는 국을 다스림에 일정 지역의 통치를 대부에게 재차 위임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부가 위임받아 통치하는 지역을 ‘가(家)’라고 했다. 따라서 “제가”는 “집안을 잘 다스리다”는 뜻이 아니라 “가라는 정치 단위를 잘 다스리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봉건제가 해체되면서 가는 오늘날처럼 집안, 가족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됐다.

둘째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가운데 수신이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점이다. 수신이 근본이자 목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을 보면 이 구절 앞에는 “격물·치지·정심·성의”라는 네 항목이 나온다. 각각 “사물에 나아가다” “앎을 이루다” “마음을 바로하다” “뜻을 정성되게 하다”는 뜻으로, 모두 자기 내면을 다스리는 수신의 방법이다. 곧 “격물하고 치지하고 정심하고 성의하여 수신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가하고 치국하고 평천하한다”는 말이다. 제가와 치국, 평천하는 이처럼 수신이 바탕이 되는 사회적 실천이다. 유가의 핵심 윤리인 “격물·치지·정심·성의·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이렇듯 수신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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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수신과 제가, 치국, 평천하는 순차적이지 않다. “먼저 수신을 다한 후에 제가를 하고, 제가를 다한 후에 치국하라”는 식의 뜻이 아니었다. 제가와 치국, 평천하는 수신을 기반으로 수행되기에 그 자체가 수신이었다. 내가 한 가정의 가장이면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수신이 되고, 국가운영에 참여하는 이라면 국가를 잘 다스리는 것이 수신이 되며, 천하경영에 함께하는 이라면 천하를 태평케 하는 것이 수신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초점은 제가나 치국, 평천하가 아니라 수신, 곧 “나를 다스림”에 맞춰져 있었음이다.

여기서 “나를 다스림”은 “나를 공평무사하게 대함”을 가리킨다. 자기 자신에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심 없이 한결같게 대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제가나 치국, 평천하의 기본이 되는 까닭은 수신의 수(修)나 제가의 제(齊), 치국의 치(治), 평천하의 평(平) 모두가 “공평무사하게 하다”는 뜻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다스림의 대상인 가족, 국민, 세상을 공평무사하게 대함이 그 자체로 수신이며, 그랬을 때 진리를 깨닫고 도를 구현하는 삶을 꾸준히 영위해갈 수 있다는 통찰인 셈이다.

‘대학’이 쓰였던 시절, 지식인은 통치계층의 근간이었다. 하여 ‘대학’, 그러니까 큰 학문을 익힘은 제가, 치국, 평천하와 긴밀하게 연동돼 있었다. 큰 학문을 익히는 목적은 그래서 사회적 실천의 목표이기도 했다. ‘대학’에는 큰 학문의 목적으로 “밝은 덕을 밝힘” “백성을 친하게 대함” “지극한 선에 머물러 있음”이 제시돼 있다. 밝은 덕을 밝힌다고 함은 진리와 마주하는 삶을 산다는 뜻이고, 백성을 친하게 대한다는 것은 백성을 피붙이처럼 아낌을 말한다. 지극한 선에 머문다고 함은 늘 진리와 마주하고 백성을 진정으로 아끼면 지극한 선, 곧 참된 경지에서 이탈하지 않게 됨을 가리킨다. 수신은 바로 이러한 큰 학문의 목적, 곧 사회적 실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윤리였다.

그렇기에 수신제가로 대변되는 유가의 윤리는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다름 아닌 “공평무사하게 대할 수 있는 역량”임을 일러준다. 이를 잘 구비했을 때 비로소 늘 옳음을 마주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사심 없이 한결같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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