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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12월 28일(火)
1970년대 美 ‘경제 재앙’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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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내년 스태그플레이션 큰 우려
韓 상황은 반세기 전 美 데자뷔
기업 옥죄고 복지 급속히 확대

레이건 대통령 결단으로 회생
노조 견제하고 규제 대거 해제
새 지도자 제대로 뽑아야 가능


코로나19 사태가 오미크론 변이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도 세계 경제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소비 침체와 실업 등으로 실질적인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대표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과정과 극복하는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70년대의 미국 경제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직전의 여러 상황이,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비슷한 면이 많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기록적인 성장을 누렸다. 일본과 유럽은 전후 본격적인 회복을 하지 못했고, 대규모 투자를 하는 미국 기업과는 달리 자원과 기술적 열세로 인해 기업들도 성장 모멘텀을 못 찾고 있었다. 이런 여건에서 미국의 실질GDP는 1960∼1965년 중 28%나 증가했다.

하지만 1970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1971년 미국은 근 80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1974년에는 리처드 닉슨이 탄핵 위기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했으며, 물가상승률은 10%가 넘었다. 기업들은 계속 채용을 늘리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었다. 그 결과 1970년대 말의 주가지수는 1970년 초 수준이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왜 이랬던 것일까?

제2차 대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는 실물경제에 도취한 나머지 1960년부터 쏟아낸 각종 정책이 미국 경제의 발목부터 잡았다. 1964년에는 미 의회에서 60% 이상을 점유한 여당이 근로자에 대한 차별 행위를 불법화하고, 기업의 고용 관행을 감독할 수 있는 감시 체제를 확립했으며, 상표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규제 법안들을 입법하느라 바빴다. 예를 들자면,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발표한 신경제계획에서는 물가와 임금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산하의 임금물가검토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제도를 시작한 것은 물론, 무료 학교 급식부터 장애인·퇴직자·유아에 이르기까지 각종 보장 및 지원제도를 확대했다. 이런 복지제도에는 예상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했고, 베트남전쟁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했다.

1944년 금본위제도를 도입했던 브레턴우즈협정이 무너지고,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결성되면서 미국산 원유 가격은 10년 동안 9배나 폭등했다. 이 기간에 연간 물가상승률은 5∼10%를 쉽게 넘었고, 임금은 경쟁국이던 영국·독일·일본에 비해 2∼3배 이상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 갔다. 급기야 소비 침체와 함께 실업률이 급등했다. 1978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급격히 치솟는 부동산세에 반대해 기존 부동산세를 절반으로 낮추고 이후에는 부동산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었다. 미국의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됐던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한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그는 먼저, 지나치게 커진 노조의 힘을 견제했다. 1981년 파업을 시작한 항공관제사들에게 48시간 안에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실직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후 노조의 파업은 현저히 줄었다. 둘째, 불합리한 규제들을 없애면서 친시장 및 친기업 정책으로 선회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1980년대 초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 이하로 떨어졌다. 셋째, 1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세제 개편을 통해 70%에 이르던 개인 세율을 최대 28%까지 낮췄고, 46%에 이르던 법인세도 34%까지 낮췄다. 그러자 레이건이 취임할 때 900 정도였던 다우지수가 불과 몇 년 만에 2000까지 올랐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출현했다.

이제 불과 두 달여 뒤면 우리나라에서도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다. 여야를 떠나, 차기 대통령이 맞게 될 한국 경제의 대내외적 여건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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