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이 신돈 자식? 조선의 고려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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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본 고려 | 박종기 지음 | 휴머니스트

대부분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유자(儒者)들이 무너뜨린 고려 역시 주요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 면에서 왜곡과 폄훼를 피하지 못했다. 30년 넘게 고려사를 연구해 온 저자가 ‘조선 역사가들의 시선으로 본 고려 인물론’이라고 스스로 소개한 이 책은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승자의 자신감이 충만했던 조선 전기뿐 아니라 ‘성호사설’(이익) ‘동사강목’(안정복) ‘여사제강’(유계) 등 조선 후기 기록까지 두루 살핌으로써 고려사와 주요 인물에 대해 왜곡 없는 다각도 평가에 나섰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역사가들의 고려 인물론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유교 가치와 이념으로 인물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조선 전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

고려말 ‘폐가입진론’에 대한 시각이 대표적이다. 폐가입진론은 우왕(재위 1374~1388년)과 창왕(1388~1389년)이 왕씨의 자손이 아닌 신돈의 자식이라며 가짜 왕인 신씨를 폐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성리학 신봉자들이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창업하는 명분으로 작용했고, 조선 전기 편찬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에 정사(正史)로 기록됐다. 그러나 조선 후기 역사가들은 폐가입진론이 창왕 재위기에야 제기된 점 등을 들어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태조 왕건이 거란이 보낸 사신을 섬에 유배하고 낙타 30여 마리를 굶겨 죽인 ‘만부교 사건’도 조선 전기에는 대국을 원수로 돌려 침략을 유발한 어리석은 외교로 치부됐으나, 후기에는 거란이 무너뜨린 발해의 영토를 되찾기 위한 북진 의지로 재평가되기도 했다. 300쪽, 1만8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