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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05일(水)
“밝고 경쾌한 곡 골라… 희망의 선율로 고통 극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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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서울시향 신년 음악회’ 지휘하는 성시연

“유럽으로 활동의 중심지를 옮긴 이후 스스로 ‘경계에 선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런 정체성이 싫지는 않아요. 이방인이 느끼는 고독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니까요.”

성시연(사진)은 김은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극장 음악감독과 함께 클래식 본고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여성 지휘자다. 2014∼2017년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예술단장으로 경기필하모닉을 이끈 그는 현재 ‘카르스텐비트’라는 독일 유명 기획사에 소속돼 유럽 객원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세계 여성 지휘자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그가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힘내요 서울시민-서울시향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다. 지난해 1월 정기 공연에 이어 1년 만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독일에서 입국해 자가격리를 끝낸 성시연을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공연들이 연이어 취소됐던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이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해줬다고 했다. “테크닉이나 리듬감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를 떼고 음악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생각했어요. 자문자답을 통해 내린 결론은 ‘위로’와 ‘희망’이었어요.” 이런 고민은 신년 음악회 레퍼토리에 그대로 반영됐다. 1년 전 정기 공연 땐 하이든의 교향곡 ‘슬픔’과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 음악’처럼 음울한 곡을 골랐으나 이번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등 밝고 경쾌한 곡으로 꾸몄다. 성시연은 “팬데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던 작년엔 망자를 추모하는 음악을 통해 ‘길 잃는 듯한’ 우리 모습과 대면해보고 싶었다”며 “올해는 고독이 안겨주는 영감을 끌어안되 희망의 선율로 고통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인 여성 지휘자’ 위에 놓인 유리천장을 깨부순 그는 올해 7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베를린 필·빈 필 등과 함께 유럽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데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언제나 진취적인 레퍼토리로 이목을 끄는 성시연은 이 무대에서 윤이상의 ‘예악’과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을 선보인다. 그는 “현대음악을 지휘할 땐 누구도 밟지 않은, 뽀얗게 쌓인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듯한 희열이 있다”며 “더욱이 ‘내 나라’의 위대한 작곡가를 유럽 관객들에게 소개할 생각에 벌써 흥분된다”고 전했다.

성시연은 자신이 가닿아야 할 최종 목표가 ‘10’이라면, 아직 ‘3’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나머지 ‘7’을 채우는 건 세계 최고 악단의 상임지휘자 같은 ‘명패’가 아닌 그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무대’라면서.

“이 정도 공연이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을 때 비로소 10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꿈이 거창해서인지 아직은 그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성실히 해내면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어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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