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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05일(水)
새 사람 만나는게 쉬운 시대… 꿈·사랑·낭만 있던 옛날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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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근 큰 인기몰이를 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나오는 주인공 정진수 의장의 대사다. 1970년 7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며 기차로 12시간 걸리던 서울∼부산 간 이동이 4시간대로 단축됐다. 비로소 ‘전국 1일 생활권’이 개막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오늘, 오전에는 ZOOM으로 말레이시아 기업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지난밤 내가 잠든 사이 독일의 파트너사가 진행한 업무들을 노션과 슬랙으로 확인하며 모두가 한팀이 됐다는 것을 실감한다. 바야흐로 삶에 시공간의 제약이 아예 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한편으론 그리운 친구들과의 송년회 자리가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대체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는 ‘비대면 소개팅’ 콘텐츠가 조회 수 400만 회를 돌파하며 실제로 비대면 소개팅을 하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목도하게 됐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한 건 업무적인 효율과 합리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만남 또한 그 궤를 같이하게 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Blind)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셀소’(소개팅을 위해 본인이 스스로를 소개하는)글이 올라오고, 소개팅 앱 틴더(Tinder)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15억 건 이상의 만남이 성사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생으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온라인 만남이라는 건 다소 어색했다. 게임상의 애인이나 채팅을 통한 ‘사이버 러버’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일상화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Z세대들에게 온라인 만남은 오프라인 만남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이성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꿈과 관련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나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이젠 온라인으로 함께할 사람을 구하고 또 원격으로 일을 이뤄나간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피어오를 때면 그 대상은 자연스레 내 주변에서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또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가 어그러질 때면 당사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악화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동반됐다. 어찌 보면 이런 측면에서 더 깔끔하고 효율적인 관계 구축에는 최근의 온라인 만남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코로나19 이전이 그립다. 오랫동안 알고는 지냈어도 속내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사람과의 우연찮은 저녁 자리에서 취한 모습을 서로 내보이며 모르던 모습을 알아가고 격의 없이 가까워져 개인적인 프로젝트까지 함께해 본다든가, 취기에 용기를 얻어 주변을 늘 지키며 마음에 담아두던 이에게 고백하던 때가.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정미조 선생님의 ‘휘파람을 부세요’ 노랫말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떠난 후 친구들이 그리워 이 노랫말을 떠올리며 열심히 안 되는 휘파람을 하염없이 연습해보던 때가 있었다. 이 노랫말 뒤에는 연이어 이런 노랫말이 나온다. “휘파람 소리에 꿈이 서려 있어요 휘파람 소리에 사랑이 담겨 있어요.” 꿈과 사랑을 향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쉬워진 시대지만 나는 아직도 낭만과 충돌이 그립다.

김춘식(회사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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