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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06일(木)
245년 美민주주의 ‘최악의 사건’ 이후…이념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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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의 의회의사당 앞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거는 사기’ 등의 문구가 담긴 깃발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

■ 글로벌 포커스 - ‘1·6 의회의사당 난입사태’ 1년

‘제 집 불도 못끈다’는 비난속
바이든의 무리한 동맹국 규합
결국 성과 못내고 실패로 끝나

美 유권자들 ‘1·6사태’ 놓고
여전히 ‘폭동’ vs ‘시위’ 대립
분열·폭력으로 민주주의 쇠퇴

하원서 진상조사 특위 구성
11월 이전 최종보고서 낼 계획
민주주의 체제 복원 ‘먼 길’


“20년 전 9·11 테러가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한 비극이었다면, 1·6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이하 1·6 사태)은 정반대로 미국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쇠퇴하게 만든 이중의 위기였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상징하는 워싱턴DC의 의회의사당이 흉기를 든 수천 명의 시위대에 의해 무력으로 점거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주장에 동조한 이들은 상·하원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막으려 의회 건물 창문을 부수고 막무가내로 밀려들었고, 총과 최루가스를 든 경찰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오늘날 좌우를 막론한 미국의 지성계는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이날을 “245년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때”로 기억한다. 폭스뉴스의 미디어 평론가 하워드 커츠는 이 사건을 9·11 테러와 대조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미국 정치를 오염시키고 있는 이념적 양극화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인도계 미국인인 파하드 만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2021년 전체를 “미국이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해”로 규정했다.

◇“바이든, 제 집에 불났는데 세계의 소방관 되겠다고 나선 격”=바이든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신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취임하게 된 것을 두고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일념하에 동맹국들과의 접촉도 분주했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초 야심 차게 추진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되레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맞느냐”는 의문을 낳은 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만 받았다. 민주화와 인권 보호 수준이 낮은 필리핀·나이지리아는 초대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터키·헝가리는 배제되며 초청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첫째였다. 더 나아가 극심한 ‘민주주의 쇠퇴’를 겪고 있는 미국이 ‘민주주의 수호’를 주창하는 회의를 주재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NYT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러프패치’(rough patch·경기의 일시적 침체를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을 때를 일컫는 경제 용어)에 들어선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무리한 동맹 규합에 나서며 “전 세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던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의사당 건물 서쪽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아래는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상원 의회당 밖에서 의회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AP

1·6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직접 겨냥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허점을 공격할 수 있었던 무기로 작용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 의회의사당에서 울려 퍼졌던 총성과 희극적 장면들은 겉으로만 화려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완전히 까발렸다”면서 미국 정권을 “돈에 지배되고, 이념적 분열로 마비된” 상태로 표현했다. 미국 내 자성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애틀랜타 소재 진보 성향 비영리 단체 ‘블랙보터스매터펀드’(Black Voters Matter Fund)의 클리프 올브라이트 공동 설립자는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없다면, 세계 무대에서 이를 수출하고 방어하는 노력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내 집에 불이 났는데, 세계의 소방관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정치적 양극화 정점 치달아…매년 폭력 사태 반복될 수도”=미국 유권자들은 1·6 사태를 ‘폭동’으로 보는 쪽과, 정당한 ‘시위’로 보는 쪽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으며, 이 같은 정치적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코넬대 사회학 교수인 마이클 메이시가 이끈 연구팀은 총기 규제, 낙태 등 정치적 이견이 첨예한 10가지 주제를 토대로 양당제를 가정한 모델링 연구를 통해 미국 사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나 전쟁,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존과 직결된 공통의 위협에 대해서도 단결하지 못하는 양극화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미국인 중 약 40%는 상대 진영을 ‘악’으로 규정하며, 공화당 지지자 중 70%는 여전히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 당파성이 한껏 짙어진 의회에선 법안별로 이뤄지던 초당적 협력은 사라지고, 양당 의원들에 대한 테러 위협이 한 해에만 9000건 이상 가해지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의 쇠퇴를 막아낸 사례들은 △엘리트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권위주의적 파벌에 맞선 경우와 △민주화를 지지하는 대중들이 조직적 시위에 나선 경우로 나뉜다고 봤다. 전자에는 파시즘 단체 ‘라푸아 운동’과 협력하면서도 반민주적 폭력 행위에는 반대했던 페르 에빈드 스빈후부드 전 핀란드 대통령이, 후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징역형을 이끌어 낸 한국의 ‘촛불 시위’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현재 미국에선 엘리트도, 대중도 모두 민주주의 체제 복원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마치 기후 변화처럼 “머리로는 중요성을 알면서도, 멀고 추상적인 위협”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선 1·6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7월 구성돼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최종 보고서를 내는 것을 목표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그날’에 대한 진상 규명이 미국을 민주주의의 본산으로 되돌려놓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분열의 틈을 더 벌려놓을 공산이 크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86%가 의회 난입 가담자들의 체포·기소를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29%만이 이에 공감했다. 하원 특위에서 증언했던 의회경찰(USCP)의 경찰관 아퀼리노 고넬은 “1·6 사태와 같은 일이 매년 또는 4년마다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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