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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0일(月)
“변해야 산다” 혁신 불도저… 퇴출 위기서 ‘취업률 1위 국립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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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대학 본부 집무실 앞에서 통일 한국의 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계획과 비전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원대 제공

■ Leadership 클래스 - 김헌영 강원대 총장

7년전 D등급 평가 받은후 취임
추진력 앞세워 구조개혁 속도
학교 단기간에 정상궤도 올려

최초 문화예술·공과대 만들어
책으로 배운 지식 사람과 연결
집단지성 통한 협업능력 키워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 다수 선정


춘천 = 이성현 기자

거점국립대 중 하나인 강원대는 2016년 상반기 개교 이래 가장 큰 혼란을 겪었다. 2015년 8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강원대가 거점국립대 중 유일하게 D등급을 받으면서 퇴출 위기에 몰린 데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장이 사퇴하면서 후임 총장 선거를 둘러싼 내홍으로 지역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대학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대학의 혁신과 진로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도 부족할 시기에 강원대는 새로운 총장이 선출되기까지 선장을 잃은 난파선의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지역사회에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 신망받는 인사를 총장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거점국립대는 1996년 출범한 ‘5개 국립대 협의회’가 전신이다. 현재는 서울대를 비롯해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경상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10개의 국립대학이 소속돼 있다. 당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자 그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라고 자부했던 강원대 구성원은 물론 도민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이런 안팎의 위기 속에서 김헌영(61) 강원대 총장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2016년 6월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출신의 공학자인 김 총장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3년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대학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에는 서울대 공대가 개교 70주년을 맞아 뽑은 ‘한국을 빛내는 70인의 서울공대 박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 김 총장은 취임 후 대학이 처한 위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당시 학내 일부 교수 사이에서는 강원대의 D등급 평가와 관련, 지역 대학의 현실을 모르는 일방적인 결과로 치부하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김 총장은 달랐다. 그는 “성적이 나쁜 학생이 시험문제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평가의 적절성을 떠나 일단은 주어진 대학평가 지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를 상대로 평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대학 정상화를 위한 자체 혁신이 우선이라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다.

이후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대학이 처한 문제를 단기간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김 총장 재직 기간 강원대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취임 3개월 후에 진행된 대학구조조정 이행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정부 지원 제한 조치에서 해제됐고 2018년 8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정원 조정 없이 국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강원대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THE’가 발표한 아시아대학 평가에서 강원대는 국내 20위권, 세계 300위권에 올라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는 7년 연속 최우수대학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취업통계’에서 59.7%의 취업률 기록, 서울대를 제외한 지역 9개 거점국립대(평균 54.9%) 중 1위를 차지했다. 김 총장은 이런 지표를 토대로 지난해 치러진 총장 직선제 선거에서 강원대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  김헌영(왼쪽 세 번째) 강원대 총장이 졸업생들의 취업현황을 살피고 있다.

◇과감한 구조개혁과 추진력 = 김 총장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추진력’이다. 강원대 교직원들은 역대 많은 총장이 있었지만, 김 총장의 추진력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총장이 앞장서 추진한 대학 구조개혁을 비롯해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사업’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실험실 특화형 창업 선도대학’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사업’ 등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김 총장은 “문제가 있으면 우선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만든 후 구성원 간 합의로 최종 계획을 확정한다. 이후에는 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고 말했다. 강원대 관계자는 “김 총장은 대학 내 서울대 동문 모임에도 잘 참석하지 않는데 학교 사업,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안이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학교가 단기간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던 것은 토론과 설득을 통해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는 김 총장의 추진력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강원대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김 총장이 얻은 경험은 이후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가 2019년 전국 4년제 국·공·사립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제24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교육부의 평가를 토대로 진행하는 ‘톱다운 방식’ 대학 구조조정의 문제점이었다.

◇고향에서 체득한 희생정신 =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 출신인 김 총장은 영주중과 안동고를 졸업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영주와 안동에서 생활하며 부모님과 지역 어른들로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희생한 선비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랐다고 한다.

학계에서 인정받던 그가 연구를 접고 2016년 총장 선거에 나선 것도 난파 직전의 위기에서 강원대를 구해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김 총장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치 않는다는 의미의 ‘해불양수(海不讓水)’란 글귀가 걸려 있다. 이 글은 김 총장이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 은사였던 체육 선생님이 직접 써 준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붓글씨 쓰기와 독서를 취미로 하고 학업에 매진하던 자신을 기억하며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글귀를 보내주셨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김 총장은 설명했다.

◇인물·예술 소양을 갖춘 공학도 =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재학 당시 김 총장은 전공 공부보다는 독서와 토론을 좋아했다. 당시 대학연합 독서·영어토론 동아리인 ‘TSS’(Thinking Stones’ Society)에 가입해 활동하며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65년 창립, 지금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이 모임을 통해 전공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기회를 접했다. 이런 그의 경험은 대학 교육에도 반영됐다. 김 총장은 전국 최초로 강원대에 공대와 문화예술 단과대를 합쳐 문화예술·공과대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을 배우는 공학도의 경우 평소 인문·예술 분야의 소양이 있어야 창의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기 합리적 선택의 중요성 = 김 총장은 대학원 시절 교수가 될 생각이 없었고, 대학원도 어떻게 하다 보니 들어가게 됐다고 말한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던 시기,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눈여겨본 강원대 교수의 제안으로 대학에 몸담게 됐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평소 학생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할 때, 한정된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모든 활동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책으로 배운 지식도 직접 사람을 만나야 경험이 되고 기회가 생긴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집단지성을 통한 협업능력이 필수 역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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