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완전히 그의 것…‘이식장기 부족’ 획기적 대안”

  • 문화일보
  • 입력 2022-01-11 11:29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수술 끝낸 뒤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 병실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고 회복 중인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이 이식 수술을 받은 지 3일째인 10일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와 나란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인체에 ‘돼지심장’ 첫 이식… “잘 뛰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 의료진이 지난 7일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꿈틀대는 돼지의 심장을 들고 있다. 환자에게 이식된 돼지 심장은 10일 현재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AP연합뉴스


■ 美연구진 첫 인체 이식수술

유전자 변형해 세포내 糖 제거
급성 거부반응 해결한 첫 사례

57세 환자, 사흘째 상태 양호
곧 산소호흡기도 떼어낼 예정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 둘 중 하나다. 난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마지막 선택이다.”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남성 데이비드 베넷(57)은 수술 전날 담당 의료진에게 이같이 심경을 털어놓고 수술실로 향했다. 그는 현재 가슴에 돼지의 심장을 품은 채 사흘째 회복 중이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는 10일(현지시간) “말기 심장병 환자인 베넷에게 면역 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지난 7일 8시간에 걸쳐 베넷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을 받은 지 3일이 지난 현재 그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이 뛰고 있으며 혈압도 정상적이다. 완전히 그의 심장이 됐다”며 “매우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 수술은)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걸음 가까이 간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세계 최초로 진행된 이번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넷은 현재 산소호흡기 없이 스스로 숨을 쉬고 있지만, 여전히 심장과 폐를 우회해 산소를 공급하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에크모)에 연결된 상태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의료진은 새로 이식한 심장이 이미 베넷 몸에서 대부분 정상 기능을 하고 있어 11일 에크모를 떼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식 수술은 유전자변형 동물의 심장이 급성 거부반응 없이 사람 심장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과학계가 인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돼지를 10년간 연구한 끝에 거둔 성과로 그동안 동물 장기 이식 수술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즉각적 면역 거부반응’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술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체 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을 제거한 돼지 심장이 사용됐다. 앞서 1984년에는 캘리포니아대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영아에게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했지만 면역 거부반응으로 21일 만에 사망한 전례가 있다.

외신들은 이번 수술 성공이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NYT는 “이번 이식 성공 사례가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새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4만1354명이 장기를 이식받았지만 미국 내 이식용 장기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11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다. AP통신 역시 “아직 수술의 최종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온 과정에서 이룬 또 하나의 진전”이라고 평했다.

앞서 베넷은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병원에 입원해 6개월 이상 에크모에 의존해 왔다. 메릴랜드 의과대를 비롯한 여러 이식센터에서 기존 방식의 심장 이식은 불가능하다고 판정받는 등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자 그는 “마지막 선택”인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김선영·장서우 기자
김선영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